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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도 가만히 명상하다 성불한 게 아니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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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호 31면

성일 스님은 “이 몸이 다 할 때까지 포교할 것이며 다음 생에서도 포교할 것입니다”고 말한다. 신동연 기자

불교가 발흥한 인도에서 불교가 사라지다시피 한 이유는 뭘까. 불교가 흥했던 아소카왕(기원전 304~232) 시절에는 포교사들이 아테네·이집트에서 활동했다. 그러나 5~8세기에 인도를 방문한 중국 승려들은 불교의 쇠퇴를 목격했다. 학자들은 인도 불교의 쇠퇴의 원인으로 왕조 교체, 사회 변동 등을 든다. 불교의 장점을 힌두교가 흡수한 것도 작용했다. 여러 요인을 나열할 수 있지만 종교의 흥망성쇠는 오로지 포교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는지도 모른다.

영혼의 리더 <36> 조계종 신흥사 주지 성일 스님

성불 늦어져도 포교하며 살아가야
경기도 화성에 있는 신흥사 주지인 성일 스님(65)은 인도로 성지 순례를 갔을 때 불교의 참모습이 사라졌음을 보고 한참을 울었다고 한다. ‘대한민국 불교 포교 1번지’라고 불리는 신흥사를 일으켜 세운 성일 스님이기에 인도 불교의 현주소를 목격한 아픔이 더욱 컸을 것이다.

성일 스님은 1973년 신흥사 주지 소임을 맡았다. 1934년 창건된 신흥사는 당시 폐사 직전 상태였다. 스님은 어린이·청소년 포교의 중요성을 일찍이 인지한 선각자다. 포교를 위해서는 수련생을 수용할 시설이 필요했다. 2010년의 신흥사는 교육관·큰법당·청소년수련원·어린이법당·부처님진신사리탑 등으로 구성된 종합 포교단지로 발전했다.

발전의 원동력은 성일 스님의 기도다. 스님은 88년부터 ‘두문불출 10년 기도’에 들어갔다. 하루 9시간 기도하며 밖으로 나가지 않는 고된 수행이다. 전국에 소식이 알려져 스님 뜻에 동참하는 분들이 찾아와 도움을 줬다. 지금 스님은 제3차 ‘10년 기도’ 중이다. 신흥사에 ‘부처님 교화공원’을 건설하기 위해서다. 4만3000㎡ 규모로 조성되는 교화공원은 2020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세계 최초로 부처의 생애와 교화 활동을 형상화한 공원이기에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될 가능성도 크다.

신흥사의 어린이 법회·수련회에 참가하는 어린이들은 밥투정·편식 습관을 고치고 공동체 생활에 도움을 주는 지혜를 얻는다. 신흥사는 이들에게 독서실이요 놀이터다. 중·고등학생 법회에선 영어로 불경을 공부하기도 한다. 신흥사는 성인 신자들의 다채로운 신앙·봉사활동으로도 유명하다. 지역 법회가 5곳에서 10년째 열리고 있으며 97년 개교한 불교대학은 매년 1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한다. 현재까지 배출된 1400여 명의 졸업생은 20여 개 신행 단체에서 활약하고 있다.

성일 스님의 지도력으로 신흥사는 기도가 강한 사찰이 됐다. 스님이 말하는 기도의 비결 몇 가지 중에 두 가지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간을 정해야 한다. 일주일이면 일주일, 100일이면 100일 기간을 정해야 한다. 둘째, 기도하는 시간을 정해야 한다. 들쑥날쑥하면 안 된다.

성일 스님은 40여 년의 포교 업적을 인정받아 조계종 포교대상 공로상, 만해상 포교상 등을 받았다. 또한 지역사회에 기여한 공로로 경기도 선행 도민상, 경인 봉사대상, 법무부 장관 표창패, 경기도 학교폭력 근절 공로 표창 등을 받았다.

동학사 승가대학(사교과)과 부산 범어사 강원(대교과)을 졸업한 스님의 저서로는 『법을 설해 주시옵소서』 『현대관음기도영험록』 등이 있다. 지난해 12월 24일 성일 스님을 신흥사에서 만났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성불한 생을 늦추더라도 포교하며 이 생을 보내리라”는 말씀을 73년에 하셨는데 어떤 뜻입니까.
“어린이·청소년 포교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불교 포교가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절이었습니다. 선방(禪房)에 있는 도반 스님들이 ‘쓸데 없는 일 그만하고 선방으로 오라’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상적으로는 참선하는 스님들이 지나가기만 해도 모든 사람들이 교화되고 변화하면 좋을 것입니다. 실상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나는 포교 활동으로 성불이 늦더라도 이생은 포교하리라고 결심했습니다. 한국 불교는 중생 교화보다는 참선이 중심이었지요. 하지만 부처님도 교화와 수행을 거듭해 성불하셨습니다. 가만히 명상만 해서 성불하신 게 아닙니다.”

-출가하신 계기가 있었습니까.
“소녀들이 읽는 어떤 단편소설이 있었는데 여스님들이 수행하는 승방의 모습을 아주 맑게 그린 소설이었습니다. 나도 그렇게 맑게 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전도는 원래 대장경에 나오는 불교 용어
-부처님 말씀 중에 특별히 좋아하는 말씀이 있습니까.
“부처님의 ‘전도(傳道)선언’을 좋아합니다.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비구들이여, 자! 전도를 떠나라. 많은 사람들의 이익과 안락과 행복을 위하여. 세상을 불쌍히 여기고 인천(人天)의 이익과 행복과 안락을 위하여, 두 사람이 한 길을 가지 말라. 비구들이여!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끝도 좋으며, 조리와 표현을 갖춘 법(진리)을 설하라. 사람 중에는 마음의 더러움이 적은 이도 있거니와 법을 듣지 못한다면 그들도 악에 떨어지고 말리라. 들으면 법을 깨달을 것이 아닌가. 비구들이여! 나 또한 법을 설하기 위해 우루벨라로 가리라.’

이 말씀은 특히 두 가지가 인상적입니다. 우선 부처님은 ‘불교를 위해서’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이익·안락·행복을 위하여’ 전도를 떠나라고 하십니다. 또한 부처님은 보다 많은 이들에게 전도하기 위해 같이 다니지 말라고 하십니다. 전도는 팔만대장경에도 나오는 불교 용어였으나 타 종교에 빼앗겼습니다. 그동안 전도를 너무 안 해서죠. 대신 포교라는 말을 쓰게 됐습니다.”

-사형수의 편지가 포교에 매진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들었습니다.
“포교에 대한 관심이 전부터 있었습니다. 수원교도소 법회에 나가면서 나이가 28세인 어느 수인의 참회 편지를 받았습니다. 어릴 때부터 부처님 가르침을 배워야 죄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편지였습니다. 모든 어린이·청소년의 미래는 희망적입니다. 소망을 이룰 수 있고 얼마든지 착해질 수 있습니다.”

기도는 기간과 시간 정해놓고 해야
-실제 사례는 어떻습니까.
“다른 학생을 집단 폭행한 9명의 중3 여학생들이 퇴학을 당하고 다른 학교로 전학 갔는데 전학 간 학교에서도 다시 집단 폭행을 해 신흥사가 선도를 의뢰받은 적이 있습니다. 강도 높게 수련시켰더니 새 학기에는 마음 잡고 공부해 세 아이는 반장이 됐고 모두 고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수련회에 참가하는 어린이·청소년들은 무엇을 배웁니까.
“70년부터 시작해 1년에 3000여 명씩 교육했습니다. 현재까지 수만 명이 다녀갔는데 3박4일 동안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합니다. 예불(禮佛)·참선뿐만 아니라 다도·선무도·선체조·요가·도자기도 배웁니다. 종각에 가서 사물(四物), 즉 법고·운판·목어(木魚)·대종(大鐘)을 직접 쳐보고 고통 받는 중생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천주교·개신교 등 타 종교 학생들은 불교 사찰의 전통 식사의례(食事儀禮)인 바루공양
(供養)이 신기하고 좋다고 소감문에 씁니다.

물론 인성 교육이 제일 중요합니다. 우리는 오계(五戒)를 가르칩니다. 오계는 ‘살생하지 말라’ ‘훔치지 말라’ ‘음행(淫行)하지 말라’ ‘거짓말하지 말라’ ‘술 마시지 말라’입니다. 이 다섯 가지만 익혀도 자신의 몸의 소중함을 알고 바르게 됩니다.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을 쉬지 않고 한 시간에 다 읽게 하기도 합니다. 이 불경은 부모의 은혜를 가르칩니다. 구체적이고 감동적으로 돼 있습니다. 학생·선생님 모두 ‘부모님 은혜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이렇게 부모님 은혜가 큰지 몰랐다’고 소감문을 씁니다. 불교 교육은 종교를 떠나 사람이 되게 하는 교육입니다. ‘신흥사는 고아원·양로원은 안 하느냐’는 질문도 받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고아원·양로원을 근본적으로 없애는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두문불출 10년 기도’는 어떻게 하시게 됐습니까.
“73년 신흥사에 와보니 다 쓰러져가는 집이 딱 두 채 있었습니다. 여건이 안 됐지만 교육을 미룰 수 없어 수련회를 시작했습니다. 군부대에서 텐트를 지원받기도 했죠. 수련원을 짓느라 1억2000만원을 빚졌는데 2년을 죽자고 갚아도 1억원이 남았습니다. 부처님의 가피(加被)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 10년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하루 네 번 9시간씩 큰 법당에서 기도했습니다. 밖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죠. 기도 시작 다섯 달 만에 전국에서 물어 물어 고마운 분들이 찾아와 금세 1억원 빚을 갚게 됐습니다. 큰법당, 교육관 등 다른 신흥사 시설도 기도 기간에 완성됐습니다. 세계 최초로 어린이법당도 세웠습니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색상·문양으로 지었습니다.”

-앞으로 어린이·청소년 대상의 포교·수련은 어떻게 발전시킬 생각이십니까.
“교화공원이 완성되면 공원을 한 바퀴 돌기만 해도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수련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수련회 과정은 약간 느슨하게 할 필요도 있습니다. 옛날에는 어린이·청소년들이 2시간씩도 집중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30분을 넘기지 못합니다. 근기(根氣)가 예전과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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