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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한복판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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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팔미도(八尾島, 1903.6) 등대는 그 시절 일제의 불빛이었다. 새로 세운 지금의 팔미도 등대가 어둠의 바다를 비추고 있다. [박종근 기자]

대한제국 인천 팔미도, 최초의 등대가 세워졌지만 그것은 일본인의 손을 빌린 것. 그래서 서쪽으로 향한 근대의 바다는 출발부터 깜깜하고 험한 항해였습니다. 1910년 경술국치, 아버지의 팔뚝으로 폭풍을 막고 어머니의 가슴으로 좌초를 비켜난 지 일백 년. 나라 잃은 슬픔과 분노의 눈물이 오늘의 진주알이 되어 빛납니다. 1950년 어둠의 바다가 6·25의 피바다로 변한 지 60년. 일제 강점의 역사보다 두 배나 긴 세월은 248㎞ DMZ의 철조망을 녹슬게 했습니다. 하지만 보세요. 지뢰밭은 생명의 숲이 되고 포탄이 떨어진 웅덩이는 천연기념물 두루미의 둥지가 되었습니다. 어느새 전쟁의 상처에는 딱지가 앉고 새살이 돋아 세계에 없는 태초의 자연입니다. 1960년 4·19, 독재를 향한 학생들의 함성이 쓰레기통에서 민주주의 장미꽃을 피우고 누웠던 풀잎들을 일으키는 자유의 바람이 되었습니다. 민주화와 산업화가 두 바퀴로 구르는 1970년, 뽕밭이 바다가 되듯 고속도로가 열린 지 40년. 망치와 불도저의 잡음도 천년 가난을 물리치는 음악이 되어 울렸습니다. 당신이 흘린 땀방울과 민주화로 흘린 핏방울이 하나가 되는 세상. 그래요, 광주 시민의 항쟁은 30년. 금제(禁制)의 아라사 대륙에 길을 튼 북방외교는 20년. “벽을 넘어서”의 올림픽 구호처럼 지역의 벽, 이념의 벽, 냉전의 벽을 넘어서 이제는 뭍과 바다를 잇는 인천대교의 철탑에 횃불 같은 불이 켜졌습니다. 대륙과 해양의 두 문명이 한반도(韓半島)에서 어울리는 신호입니다. 2010년. 한국의 태양은 동에서도 오르고 서에서도 뜹니다. G20의 정상들이 한국 땅으로 몰려오는 집합점. 우리는 변두리에서 세계의 한복판으로, 극단에서 역사의 한가운데로 새로 시작하는 새천년 두 자리 숫자 위에 섭니다.

이어령 본사 고문
사진=박종근 기자,김경빈 기자

새벽녘 송도신도시 마천루를 뒤로 거느린 인천대교의 위용을 영종도에서 잡았다. 바다를 딛고 하늘로 용솟음치는 인천대교 주탑의 화려한 조명이 세계의 한복판으로 달려가는 2010년을 상징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100 망국 100년 (1910. 8. 29 경술국치)

대한민국의 20세기는 시련과 치욕으로 시작됐습니다. 봉건의 잠에서 채 깨어나기도 전에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을 맞아 국권을 상실했습니다. 이후 100년 대한민국은 세계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성공의 역사를 일구었습니다.

60 전쟁 60년 (1950. 6. 25)

6·25는 분단이란 유산에서 비롯된 내전인 동시에 냉전의 시대를 알린 국제전이었습니다. 동족상잔의 비극이었으며 전 국토가 초토화된 참화였습니다. 한 민족과 국가가 처할 수 있는 극한의 폐허 속에서 민주화와 산업화의 싹이 텄습니다. >>1월 2일자

50 4·19 50년(1960. 4. 19)

개인소득 900달러 수준, 척박한 삶 속에서도 민주주의에의 열망은 끓었습니다. 이후 산업화 과정에서 민주주의란 가치가 잠시 유보되었습니다. 하지만 민주화의 열망은 식지 않았고, 4·19의 함성은 27년을 건너뛰어 6·29로 열매를 맺었습니다. >>1월 4일자

40 산업화 40년 (1970. 7. 7 경부고속도로 개통)

고속도로가 감히 상상하기 힘들었던 첨단 인프라였던 시절이었습니다. 반대여론을 무릅쓰고 박정희 대통령은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밀어붙였습니다. 20세기 산업화의 동맥이었던 고속도로는 이제 21세기형 네트워킹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1월 5일자

30 광주항쟁 30년 (1980. 5. 18)

광주의 비극은 산업화와 민주화의 충돌이었습니다. 산업화에 유보된 민주주의를 앞세우려는 함성은 희생을 강요당했습니다. 그 희생을 딛고 산업화는 가속을 더했고, 희생은 헛되지 않아 마침내 민주화를 이뤘습니다. 이제 묵은 상처에 새 살이 돋아야 합니다. >>1월 6일자

20 북방 20년 (1990. 9. 30 한·소 수교)

다시 세계사의 전환기가 시작돼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습니다. 냉전의 최전선이었던 대한민국은 냉전 붕괴의 흐름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닫혔던 북방을 향해 달려가 사회주의 모국 소련과 수교했습니다. 이제 G20 의장국으로 새 국제질서를 만드는 주역이 됐습니다.

0 G20 (2010.11.2)
>>1월 7·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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