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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노조법’ 우여곡절 끝에 …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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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른바 ‘추미애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해를 넘겨 빛을 보게 됐다. 민주당은 12월 3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같은 당 추미애 위원장이 한나라당 의원들의 도움을 받아 처리한 이 법안을 하루 뒤인 31일 오전 법제사법위에서 상정을 막는 등 마지막까지 법안 통과를 저지하려 했다. 하지만 김형오 국회의장은 1월 1일 새벽 본회의를 열어 직권상정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노사 모두가 최악이라고 여기는 복수노조 도입과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을 금지하는 현행 노조법이 1일부터 자동 시행되는 사태는 가까스로 피하게 됐다.

◆밤 11시부터 직권상정 절차=추미애법은 31일 하루 내내 ‘사면초가’ 신세를 겪었다. 민주당 소속 유선호 법사위원장은 오전 10시 법사위 회의를 열고는 노조법 처리를 막으려 상정도 하지 않고 7분 만에 산회했다. 이어 민주당 김재윤·홍영표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 환노위원들이 추 위원장의 위원직 사퇴를 요구했고 당 차원에서도 전날 해당 행위에 대한 별도 징계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최후 수단인 ‘본회의 직권상정’ 권한을 가진 김형오 국회의장을 상대로 “예산안은 몰라도 추미애법만은 절대로 안 된다”고 강력하게 압박했다. 이에 김 의장도 31일 밤 예산안을 처리한 본회의에는 노조법을 직권상정 안건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추 위원장과 연합했던 한나라당 일각에서도 “2월 임시국회로 넘길 수밖에 없는 거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이날 밤 늦게 청와대 등에서 “현행 법이 시행되는 사태만은 막아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청하자 김 의장은 고심 끝에 최종 결심을 했다고 한다. 31일 밤 11시 허용범 대변인은 법안 심사 기간 지정을 공식 발표하는 등 직권상정을 위한 절차를 시작했다.

반면 추 위원장은 하루 종일 연락을 끊은 채 국회 상임위원장실과 본회의장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측근은 “지역구에 머물고 있다”고만 말했다. 그는 앞서 30일 밤 기자간담회에서는 “십자가를 진 것처럼 무겁고 괴로운 심정”이라며 “당이 징계하면 수용하겠다”고 밝혔었다.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은 31일 홈페이지에서 “민주당은 추 위원장이 자신들을 배신했다고 하지만 반발하는 사람들은 민노총의 지지를 받는 민주노동당과 민주당 내 일부 운동권 출신뿐”이라며 “추 위원장과 같은 훌륭한 지도자를 내치는 것은 민주당 스스로 복을 차는 것”이라고 옹호했다. 그러면서 “추 위원장이 아무 전제 없이 중재안을 만들 수 있도록 한나라당이 어렵게 이루어낸 12월 4일 노사정 합의를 포기하고 8자회담에도 참여했다”면서 “그런 한나라당의 진정성을 믿고 노동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이라며 협상 과정을 설명하기도 했다.

정효식 기자

◆추미애 노조법=추미애 국회 환경 노동위원장이 노사정 모두를 상대로 내놓은 중재안이다. 12월 30일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한나라당 의원 8명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새 법률은 복수노조가 도입되면 과반수 노조로 창구단일화를 하되 사용자가 동의한 경우 소수·산별노조에도 별도 교섭권을 가질 수 있게 했다. 또 전임자 임금을 금지하는 대신 ‘노사 공동활동과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조 유지·관리업무’에 대해서는 타임오프(근로시간 면제) 제도를 운영하도록 했다. 즉시 시행으로 사업장에 벌어질 혼란을 막기 위해 복수노조는 1년 6개월, 전임자 임금 금지는 6개월간 유예기간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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