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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선택하는 고교생 폭증…'날림교육' 우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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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일본 문화가 개방되면서 제2외국어로 일본어를 선택하는 고교생들이 폭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처 수요를 예측하지 못한 교육 당국이 독어.프랑스어 교사들에게 단기간 교습을 시켜 일어 교사를 속성으로 양성키로 했다.

서울시 교육청이 이번 학기 초에 조사한 결과 서울의 고교에서 일어를 선택하려는 학생들이 6만명에 육박, 일어 교사가 태부족인 상태다.

현재 서울의 고교에서는 3백여명의 일어 교사가 1만9천여명의 학생을 상대로 수업하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지난 3월 고교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2외국어 선호도 조사 결과에서도 고교 1.2학년은 45.4%, 고3은 43.3%가 일본어 교육을 가장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 유일하게 5개(일본어.중국어.프랑스어.독어.스페인어)의 제2외국어를 선택할 수 있는 중경고의 경우 1.2학년 가운데 절반이 일본어를 선택했으며, 나머지 4개는 선호도가 엇비슷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의 수요에 맞춰 일어 교사를 공급하려면 현재의 3백명을 9백명으로 확충해야 한다" 고 말했다.

그는 "만화.잡지.PC게임.영화.음악.패션 등 각 분야에서 일본 문화의 영향이 커지고 있는 데다 배우기가 쉽기 때문에 일어를 택하는 학생이 급증하고 있다" 고 설명했다.

서울교육청은 이에 따라 최근 성신여대 사범대가 개설한 일본어 부전공 과정에 독어 및 프랑스어 교사 50명을 보내 단기 연수를 받도록 했다.

이들 교사는 이번 여름방학과 올 겨울방학 동안 3백15시간 연수를 받고 자격을 획득하면 일어를 가르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외국어를 배우기에는 연수 기간이 짧아 정상적으로 일본어를 전공한 일어 교사들과의 실력차로 관련 학생들의 불이익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일어를 배우려는 학생들이 학원으로 대거 몰리는 등 일선 교육 현장의 파행이 우려되고 있다.

한편 서울에서 일어를 가르치는 고교는 이미 1백58개로 독어 1백24개, 프랑스어 1백14개, 중국어 44개, 스페인어 12개교에 비해 훨씬 많다.

특히 독어와 프랑스어는 각각 1백33개.1백22개교에 달했던 1997년에 비해 8~9곳 줄었지만 일어는 1백42개교에서 16개교나 늘어나는 등 급증 추세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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