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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로 돈벌기] 세 살던 상가 따내 "이제 건물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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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자영업자 김강훈(45)씨는 자신이 세 살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3층 짜리 상가주택을 낙찰해 세입자에서 시가 3억원의 건물 주인으로 변신했다.

金씨의 경매작전은 대지 54평, 건평 1백8평인 이 상가주택이 법원경매에 들어간다는 통보를 받은 지난 4월 시작됐다.

최초 근저당보다 후순위로 입주해 전세금 2천만원을 거의 날리게 됐다는 걱정이 앞서 보름동안 잠을 못이루다 정신을 가다듬어 역시 이 주택에 세 살던 4명의 세입자와 공동으로 이 주택 입찰에 참가해 매입하기로 했다.

金씨 등 세입자들은 ▶1969년에 준공돼 외부는 낡았으나 주인이 실내 인테리어를 다시 한 덕에 임차인을 쉽게 구할 수 있고▶경매정보지에는 2층 건물로 나와 있으나 실제로는 3층인데다▶실제 세입자는 5명이지만 정보지에는 위장전입자 7명을 포함, 모두 12명이 올라 있다는 것에 착안했다.

일반 경매 참가자들이 세입자들이 많아 나중에 명도받기가 어렵다며 '요주의 물건' 으로 거들떠 보지 않는다는 것을 역이용한 것이다.

직접 살고 있었기 때문에 주택현황.위장전입자 등 권리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점도 큰 힘이 됐다.

나머지 세입자들은 세번 유찰된 후 네번째 응찰하자고 했지만 金씨는 혹시 다른 사람이 낙찰할 수 있다는 조바심 때문에 지난해 11월 혼자 두번 유찰된 후 세번째에 낙찰했다.

낙찰금액은 최초 감정가 2억3천5백만원의 57%인 1억3천3백만원. 추가로 든 비용은 명도비 9백만원과 개.보수비 5백만원, 취득.등록세 및 컨설팅비 9백만원을 포함, 1억5천6백만원. 이 비용은 우선 급한대로 친척에게 빌렸다.

4명의 세입자들은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우선변제대상이어서 가구당 7백만원씩 법원에서 배당받았다. 이사비용으로 모두 9백만원을 주자 이들은 순순히 나갔다.

그는 1~3층을 층당 6천만원씩, 총 1억8천만원에 세 놓았다. 도시가스를 이용하고 버스정류장에서 도보로 3분 거리여서 금방 세입자를 구할 수 있었다.

전세금으로 전체 경매비용을 제하고 2천4백만원이 남았다. 이 돈과 우선변제대상에 해당돼 법원으로부터 배당받은 7백만원을 합쳐 3천1백만원으로 인근 주택에 세 들었다.

가만히 있었다면 우선변제금만 받고 거리에 나앉게 될 위기에 몰린 세입자가 과감하게 경매에 뛰어들어 시가 3억원짜리 상가주택 주인이 된 것이다.

그는 이 주택값이 오르기만 학수고대하고 있다. 경매의 마력(魔力)을 몸소 체험한 만큼 이 주택을 팔고 또 다른 알짜 경매물건을 찾기 위해서다.

손용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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