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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호텔 성희롱 관련자 전원소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서울의 롯데호텔 여직원 3백27명이 직장 상사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지난 12일 진정서를 낸 것과 관련, 노동부가 관련자 전원을 소환 조사하는 전례없는 대응에 나섰다.

노동부는 성폭력 사례가 드러날 경우 검·경에 사건을 송치키로 했다. 단순한 직장내 성희롱에 대해서는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징계 등을 요구할 방침이다.

노동부는 이를 위해 서울지방노동청에 특별조사실을 마련하고 근로감독관 20여명으로 수사팀을 구성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20일 “진정내용이 구체적인 데다가 대부분 실명으로 돼 있어 관련자에 대해 직접 조사를 하기로 했다”며 “진정 내용이 확인될 경우 상당수 직원에 대한 징계 및 형사고발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증인 등을 포함할 경우 소환 대상자가 1천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성희롱 실태=진정에 따르면 여직원들은 주로 술자리나 회식 뒤풀이 장소에서 성희롱을 당한 것으로 돼있다. 일부는 호텔 내에서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당한 경우도 있었다.

A임원은 강제로 블루스를 추면서 특정 부위를 상대 여직원의 허벅지에 밀착시켜 성적 수치심을 유발했다고 고발됐다.B임원은 여직원을 옆자리로 불러 술따르기를 강요했으며 C팀장은 사무실에서 툭하면 여직원의 가슴과 엉덩이를 만지다가 진정을 당했다.

D임원은 임산부에게 ‘산란기냐’고 물었다는 진정도 있다. E과장은 부하 여직원에게 ‘아직 정력이 좋다. 애인이 돼주면 돈을 주겠다’고 제의하기도 했다는게 여직원들 주장이다.

심지어 여직원을 불러 문을 잠근채 마사지를 시킨 경우도 있었다는 것이다.

◇당사자 입장=진정인들 중 1백83명은 호텔 간부들로부터 상습적으로 성희롱을 당해왔다며 호텔측을 상대로 집단 민사소송을 제기키로 했다. 처벌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여성단체연합 등 6개 여성단체와 민주노총·한국노총은 지난 12일 롯데호텔 신격호(辛格浩)회장과 장성원(張性元)사장을 노동부에 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에 대해 호텔측은 “회식 자리에서 친밀감을 표시하는 행위였으며, 성희롱 사실이나 의도는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처벌 규정 및 조사=남녀고용평등법은 직장내 성희롱 가해자에 대해 사업주가 부서 전환·징계 등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반시는 사업주에게 3백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노동부는 호텔측이 성희롱 예방교육을 했는지도 조사한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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