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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법 찌른 차광주사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국회 심의에 올라 있는 약사법 개정 문제가 혼선을 겪고 있다.

한나라당이 '차광(遮光.보관 때 빛에 노출해선 안됨)주사제' 를 의약분업 대상에 넣기로 약속(15일 보건복지위 소위)했다가 다시 빼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 이에 따라 18일 보건복지위 전체회의는 약사법 개정안 처리를 놓고 논란이 계속됐다.

◇ "정부 원안대로 통과시키자" 〓한나라당은 17일 오후 정부 원안대로 차광주사제를 의약분업 대상에서 빼야 한다는 당론을 내놓았다.

이는 차광주사제를 내년 3월부터 의약분업 대상에 포함하기로 한 15일 소위의 결론을 완전히 뒤짚은 것.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부산 사상)대변인은 원내 대책회의 후 "차광주사제는 논란의 소지가 있는 만큼 정부 원안대로 심의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했다" 고 밝혔다.

한나라당의 이같은 방침에 대해 당 관계자는 "어떤 식으로 약사법이 개정돼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데 공연히 논란거리에 손을 대 정부.여당이 질 책임을 야당이 떠맡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 이라고 말했다. 또 의사 출신 의원들의 '로비설' 도 흘러나왔다.

◇ 소위 위원들의 반발〓그러나 이같은 결정은 한나라당 복지위 위원들조차 내용을 사전에 통보받지 못해 큰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차광주사제를 의약분업 대상에 포함하는 데 찬성했던 한나라당 김홍신(金洪信.비례대표)의원은 "조금 전 신문을 보고야 알았다. 당론에 따라야 할지 곤혹스럽다" 고 말했다.

소위의 민주당 간사인 김태홍(金泰弘.광주 북을)의원도 "이런 식으로 합의를 깨는 법이 어디 있느냐" 고 비난했다.

사태가 심상찮게 돌아가자 18일 오전 전용원(田瑢源.구리)보건복지위원장.이원형(李源炯.비례대표)소위위원장.김홍신 의원 등 한나라당 복지위 소속 의원 3명이 이회창(李會昌)총재를 찾아갔다.

이 자리에서 李총재는 "정부안 그대로 하지 왜 다른 것(차광주사제)을 포함했느냐" 고 지적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의원들이 그간의 소위 운영과 합의 과정을 설명하면서 "복지위에 맡겨달라" 고 건의하자 李총재도 "그렇게 하라" 고 승낙했다는 것. 이에 따라 분위기는 다시 반전됐다.

◇ 비공개 간담회 연 복지위〓복지위는 18일 오후 2시부터 전체회의를 열기로 했으나 "민감한 내용이니 먼저 의원들간 의견조율이 필요하다" 는 이유로 차흥봉(車興奉)보건복지부 장관을 참석시킨 가운데 비공개로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여지껏 복지위에서 소위의 결정을 상임위에서 번복한 사례가 없었다" 고 지적했고, 한나라당 의원들도 상당수 이에 동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의사 출신인 한나라당 박시균(朴是均.영주)의원이 "정부 스스로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차광주사제를 분업 대상에서 제외한 것" 이라며 정부 원안대로의 처리를 요구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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