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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캠프' 기피…수학여행 참사 충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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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부산 부일외국어고 수학여행단 참사 여파로 학부모 사이에 학교.학원.단체 등이 주최하는 각종 여름 캠프에 자녀를 보내지 않으려는 '캠프 기피증' 이 퍼지고 있다.

지난해 6월 유치원생 수십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성 씨랜드 사건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일어난 이번 사건으로 안전에 불안을 느낀 학부모들이 이미 계획했던 캠프를 취소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자체나 사회단체 등이 주관하는 각종 캠프에 일선 학교장들이 참가 학생들의 안전 등을 고려해 지도교사를 파견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초등학교 2학년 딸이 태권도학원에 다니고 있는 주부 吳모(34.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백석동)씨는 "학원측이 경기도 양평에서 1박2일 동안 벌이는 여름캠프에 아이를 보내려 했지만 이번 사고로 불안해져 보내지 않기로 했다" 고 말했다.

부산시 북구 구포3동 포천초등학교는 15일부터 17일까지 경남 양산시에서 갖기로 했던 청소년 수련회를 취소했다. 당초 이 학교에서는 1백여명의 학생들이 수련회에 참가하기로 했었다.

이 학교 고우상(高友常)교장은 "부산 시내 8개 초등학교가 같은날 청소년 수련회에 참가키로 했었으나 부일외국어고 사고 이후 계획을 취소했다" 고 말했다.

유치원.초.중.고교측이 관광회사와 맺었던 전세버스 계약도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

서울 K관광에는 지난 제헌절 연휴기간 중 유치원 세곳이 안전사고가 염려된다며 여름캠프행 전세버스 예약을 취소했다.

서울 S여고도 경기도 양평으로 수련회(18~20일)를 가기 위해 관광버스 두대를 예약했으나 안전에 대한 학부모들의 우려가 이어지자 15일 행사를 취소했다.

뉴부산관광 김수생(金琇生.33)영업과장은 "24일 경남 창녕으로 떠나기로 했던 부산시내 J고교의 간부 수련회(40명 참가예정)가 취소되는 등 3개 중.고교의 간부 수련회가 취소됐다" 고 말했다.

이에 일부 학원과 단체에서 여름캠프 대신 '뒤뜰 캠프' 를 실시키로 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경북 구미시 도량동 파크유치원은 경주로 가려던 캠프를 취소하고 유치원 안에서 원아들이 하룻밤을 자는 '원내 과학캠프' 를 열고 있다.

18부터 23일까지 충북 음성에서 열리고 있는 농촌체험활동 프로그램에는 일선 학교 교사들이 학생들의 안전을 우려해 학생들과 함께 캠프에 참가하고 있다.

김상진.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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