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단에 포함된 북한 유명인사 4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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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이 보내온 '이산가족 방문단' 후보 명단에는 6.25전쟁을 전후한 시기에 월북해 북한에서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사들이 많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 학계 인사로는 김일성종합대 수학박사인 조주경(68)씨, 김책공업대 강좌장인 하재경(65)씨, 예술계 인사로는 공훈배우인 독창가수 김점순(67)씨, 경제계 인사로 평양시 직물도매소 지배인 홍응표(64)씨 등이 눈에 띈다.

조씨는 '인민과학자' 칭호를 받은 북한 최고의 과학자. 경북 영양 출신인 그는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서울대 문리과를 중퇴한 뒤 6.25 당시 의용군으로 영천전투에 참전, 왼팔을 잃었다.

그후 김일성종합대를 나와 23세부터 교단에 선 그는 40여년간 8명의 박사, 33명의 학사(석사) 등 많은 과학자를 양성한 공로로 인민과학자 칭호를 받았다.

하씨는 충북 괴산 출신으로 6.25 때 월북, 강원도 문천시 문평제련소에 근무하면서 야간기술 전문학교와 박사원(대학원 박사과정)을 마쳤다.

30여년 교편생활 후 '후대교육사업' 에 전념했던 그는 지난해 3월 평양에서 열린 전국과학자.기술자대회에도 참석했다.

김씨는 북한의 국립민족예술단 성악 지도원. 고음 독창가수(소프라노)로 경남 통영군 출신. 6세 때 가족을 따라 만주에 갔다가 광복 후 서울로 귀국했다.

6.25전쟁 때 조선인민군협주단에 뽑힌 김씨는 전쟁 중 중국.몽골 등지로 해외공연을 다녀오는 등 재능있는 가수로 성장했다. 1960년 '공훈배우' 칭호를 받은 그는 환갑이 넘은 나이에 개인 독창회를 갖기도 했다.

홍씨는 평양시내 의류상점에 물자를 공급하는 평양 직물도매소 지배인으로 일하고 있다. 경기도 고양 출신인 그는 6.25전쟁 때 부모를 잃고 7남매가 모두 북한으로 들어갔다.

김일성종합대를 졸업, '국가수훈' 을 받을 만큼 북한 당국으로부터 자질을 인정받았다. 북한의 화보 '조선' (2000년 1월)에 기고한 '꿈속에서도 그리는 고향' 이라는 글을 통해 어린 시절을 회상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50여년간 아버지.어머니 시신 위에 흙 한 줌 덮어주지 못한 죄스러움을 안고 할아버지가 된 지금까지 어머니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고 절절한 심정을 토로했었다. 이번 이산가족 정식 명단에 포함될 경우 한을 풀 수 있을 것 같다.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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