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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여행 참사] 불타는 버스 탈출 몸부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안전불감증이 빚은 참사였다.

꽃다운 생명을 앗아간 부산 부일외국어고 수학여행 버스 사고 현장엔 학생들이 입었던 피묻은 옷가지와 신발 등 소지품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관광버스는 마치 폭격을 맞은 듯 폭삭 주저앉아 시커멓게 그을려 있었고, 도로 곳곳엔 버스에서 흘러나온 기름이 흥건히 고여 있어 사고 당시의 참상을 짐작케 했다.

◇ 사고 순간〓사고 당시 대부분의 학생들은 피곤했던 탓인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오후 2시45분쯤 사고지점에 이르러 선두 차량인 부산 70바 3903호 버스가 사고난 트럭을 피하는 승용차를 추돌하며 참사는 시작됐다.

안전거리를 지키지 않은 수학여행 버스 3대와 승용차 등이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8중 추돌을 일으킨 순간, 차량들이 뒤엉켜 '펑' 하는 굉음과 함께 연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버스에 타고 있던 학생들은 필사적인 탈출을 시도했으나 순식간에 차량에 불이 번지는 바람에 피해가 컸다.

수학여행 버스는 구조를 요청하는 학생들의 외마디 비명소리와 엄마.아빠와 친구를 부르는 간절한 목소리와 울음소리가 뒤섞여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학생들은 잠이 덜 깬 상태에서 불길을 피해 창문을 깨고 필사적으로 탈출했고, 차량 밖에선 대피한 학생들이 불이 붙은 버스 밖으로 친구들을 구조하는 등 생지옥을 방불케 했다.

경상을 입은 함모(16.독일어과 1년)군은 "친구들과 얘기하던 중 '꽝'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차량 앞쪽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면서 "버스 뒤쪽 유리창을 깨고 탈출했지만 앞좌석에 있던 친구 10여명은 대피하지 못해 희생됐다" 고 말했다.

목격자 손희모(54.대전시 동구 산암동)씨는 "사고 버스와 50m 떨어져 운전하는 도중 갑자기 '펑' 하는 폭발음이 3~4분간 잇따라 난 뒤 시커먼 연기가 솟아오르면서 순식간에 불길이 치솟았다" 며 "학생들이 버스 창문을 열고 뛰어내리느라 아비규환을 이뤘다" 고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 현장〓사고 현장은 시꺼먼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차량들이 뒤엉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버스가 전소되면서 타이어 등이 타는 바람에 악취가 진동, 사고 현장 주변을 지나는 운전자들이 악취에 시달렸다. 119구조대와 경찰 등 1백여명이 현장에 출동해 구조작업을 벌였으나 비가 오는데다 차량화재로 애를 먹었다.

승객 중 14명이 숨진 대륙관광 소속 부산70바 3903호 버스는 깡통처럼 우그러진데다 주변에 학생들의 운동화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어 사고 당시의 참상을 짐작케 했다.

사고 현장 일대가 차량들로 엉키는 바람에 극심한 교통체증을 빚어 경북경찰청장 등 구조팀들이 헬기로 현장에 도착하기도 했다.

◇ 병원〓사망자 18명과 1백여명의 부상자들은 김천의료원 등 김천지역 7개 병원과 충북 옥천성모병원.영동 서울정형외과 등으로 옮겨졌다.

김천지역 병원으로 옮겨진 부상자 중 5명의 생명이 위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사망자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타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병원마다 사고소식을 듣고 달려온 가족들이 오열하며 자녀의 생사를 확인하느라 밤새 북새통을 이뤘다.

임시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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