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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경수로 장비·자재 빼돌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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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 물품은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계획(HEUP)으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경수로 사업이 종료되면서 건설 현장에 남겨 놓은 것으로 모두 455억원어치에 이른다.

29일 통일부와 관계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금호 지구에서 최근까지 트럭·버스 등 모두 190대의 차량을 빼내갔다. 또 크레인과 굴착기 등 북한에 넘어갈 경우 군사용 등으로 전용될 수 있어 정부가 전략 물자에 준해 관리해오던 중장비 93대도 가져갔다. 6500t의 철근과 32t의 시멘트도 대부분 반출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와 함께 통신 설비와 의료 장비도 북측이 가져간 것으로 정부 당국은 보고 있다.

북한의 무단 반출은 북한과 KEDO 간 합의 위반에 해당한다. KEDO는 경수로 사업을 추진한 한·미·일 주도의 국제컨소시엄으로 주사업자인 한국전력과 하청 건설업체에 공사를 맡겼다. 경수로에서 한국 인력이 모두 철수한 2006년 1월 당시 노무현 정부는 “북한이 자재·장비를 잘 보관하겠다는 약속을 했으며 이행할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북한은 철수 직후부터 자재·장비에 손을 댔으며 최근까지 북한 당국과 군부가 외부로 유출한 것으로 관계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북한이 KEDO나 한국 측의 현장 접근을 철저히 거부하는 상황”이라며 “첩보위성이 최근 촬영한 사진을 분석해보면 자재·장비를 덮고 있던 수십 개의 검은색 대형 차단막이 상당 부분 사라지고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1994년 10월 북·미 제네바 합의로 태동한 대북 경수로 건설 사업은 97년 8월 착공됐다.


그러나 2002년 10월 북한의 HEUP가 불거지는 바람에 일시 중단 상태에 빠졌다가 2005년 말 완전 종료됐다. 당시 공정률은 34%였다. 정부는 공사비 15억6200만 달러 중 11억3700만 달러를 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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