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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 고어등 조명한 '…이인자들' 화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 즉 일을 하는 사람과 공이 돌아가는 사람이 있다. 그 중 일을 하는 사람이 되도록 하라.'

굳이 간디의 충고가 아니더라도 일인자의 그늘 속에 있는 이인자라면 선택의 여지는 별로 없다.

그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든 상관없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항상 일인자의 머리 위에만 쏟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일인자 한사람만으로 굴러가는 법은 없다.

일인자만큼, 아니 일인자보다 뛰어난 이인자의 역할, 그리고 이 두사람 간의 긴밀한 파트너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해 미국에서 나와 정.재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위대한 이인자들' 은 '잊혀진 존재' 인 이인자들을 부각함으로써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다루고 있는 책이다.

스스로 이같은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두 사람의 저자가 5년동안 연구한 결과물을 바탕으로 쓴 이 책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이인자는 열 사람.

여기에는 현재 대권 도전에 나서고 있는 미국 앨 고어 부통령 등 동시대인과 저우언라이(周恩來)같은 역사 속 인물, 심지어 코난 도일의 탐정 소설 '셜록 홈즈' 의 닥터 왓슨처럼 가공의 인물까지 다양한 사례들을 포함하고 있다.

이 인물들은 사실 이인자라는 공통점을 빼면 닮은 점이 거의 없다.

이인자의 위치에 만족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인자 역할을 일인자에 이르는 통과의례 정도로만 여기는 사람도 있다.

또 본인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아무도 관심갖지 않는 이인자 자리를 돋보이게 만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스스로 주목받는 일인자 자리를 경쟁자에게 넘겨준 사람도 있다.

이처럼 상황은 모두 틀리지만 일인자의 성공으로 인해 비로소 보상받는 이인자의 성공 뒤에는 반드시 리더들(일인자와 이인자)간의 협력이 존재했다.

자신을 능가할 수 있는 이인자를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인자의 아량, 권력.명예를 나누고 싶어하지 않는 일인자의 속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충돌을 피하는 이인자의 지혜라는 쌍방향의 공조가 절대적인 역할을 한 셈이다.

저자의 표현을 빌면 '새로운 평등주의' 가 모든 조직의 열쇠다.

21세기는 독재적인 리더는 없으며 권력을 분산한 리더들의 협력만이 성공을 가져다 준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관계를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예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스티브 발머다.

흔히 MS는 천재 빌 게이츠의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빌 게이츠 없이는 나아갈 수 있지만 스티브 발머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 는 전 임원의 말에서 이인자의 역할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이인자들을 전면에 내세우기는 하지만 책 속 주인공들을 무조건 미화하지는 않는다.

때로 조직 내.외부에서 이들이 받은 부정적인 평가도 있는 그대로 언급한다.

물론 개별적인 인물평가보다는 조직이라는 거대한 유기체적 측면에서 이들이 기여한 성공의 핵심인 파트너십을 주로 논의한다.

'이 세상에 행해지는 해악의 절반은 스스로를 중요한 존재로 여기고 싶어하는 사람들 때문에 일어난다' 는 엘리엇의 말은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할 듯 싶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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