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한달] 상호비방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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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상회담 이후 가장 두드러진 북한의 변화는 대남비방이 자취를 감췄다는 점이다.

지난달 16일 0시를 기해 휴전선 대남 확성기 방송에는 '괴뢰도당' '만고역적' 등의 비방과 욕설이 사라졌다. 30여년 만의 일이다.

북측의 언론매체도 변했다. '괴뢰 통치배' 가 '김대중 대통령' 으로, '남조선 괴뢰 국방부' 가 '남조선 국방부' 로 고쳐졌다.

6.25 50주년 행사도 생략했고 노동신문엔 기념 사설조차 싣지 않았다. 우리측도 '북괴군' 을 '북한군' 으로 수정하고 대북 비방을 삼가는 등 보조를 맞췄다.

그러나 일부 부정적인 요인은 남아 있다. 이산가족 상봉을 논의하는 남북적십자 회담에서 일부 언론의 입북을 거부하고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를 극렬 비난하는가 하면 조성태(趙成台)국방장관의 '주적(主敵)개념 불변' 입장을 "반민족적.반통일적 행위" 라고 비난했다.

남북 쌍방간 비방중지가 아직 군사 직통전화와 군사협의체 구성으로 구체화되지는 않고 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6.25 기념사에서 "남북간 군사위원회를 설치, 긴장완화와 불가침 등 평화를 위한 조치에 대해 적극 협의해 나갈 방침" 이라고 밝힌 대로 향후 당국자간 회담에서 주요 의제로 논의될 예정이다.

한 당국자는 "남북 국방장관 등 군 고위층끼리의 직접 대화는 정치.경제.사회 등 다른 분야의 접촉과는 그 성격이 전혀 다르다" 고 말하고 "따라서 직통전화 설치 외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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