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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로 다져진 60대 '왕언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축구공을 '뻥' 하고 차는 순간 모든 스트레스가 싹 가십니다. 과격한 운동을 한다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제 다른 운동은 시시해요. "

환갑을 넘긴 나이의 두 주부가 젊은이들 못지 않게 열성적으로 축구장을 누비고 있다.

11일 창단한 서울 마포구청 여성축구단의 심정순(沈丁順.64.서울 마포구 염리동)씨와 김숙자(金淑子.60.서울 마포구 망원1동)씨가 그들.

대부분 30대 주부들로 구성된 이 축구단에서 이들은 오른쪽 수비수로 '왕언니'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일주일에 두차례 한강시민공원 망원지구 축구장에 모여 연습경기를 하며 축구 사랑에 푹 빠져 있다.

웬만한 체력으로는 버티기 힘들다는 축구를 생활체육으로 즐기고 있는 이들은 "축구는 나이와 상관없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운동" 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金씨는 "건강을 위해 축구를 함께 해보자" 는 남편을 따라 1992년 조기축구회의 멤버가 됐다. 한번도 축구공을 차본 적이 없어 처음엔 계속 헛발질만 해댔다.

매일 새벽 하루도 빼지 않고 축구장을 찾은 결과 그의 발재간은 차츰차츰 늘어갔다. 결국 金씨는 온통 남자들 뿐인 조기축구회에서 골키퍼를 맡기도 했고 이제는 웬만한 공은 헤딩으로 처리할 수준이 됐다. 그는 원래 무릎이 약했지만 축구를 한 뒤부터는 계단을 뛰어올라갈 정도로 좋아졌다.

沈씨는 지난해 마포구청이 모집한 여성축구교실에 최고령자로 지원, 축구와 접하게 됐다. 그전엔 관심도 없던 축구가 너무 재미있어 이달 초 끝난 '유럽축구선수권대회' 를 보기위해 새벽 서너시까지 밤잠을 안잤을 정도.

"넘어지고 부딪칠 때도 있지만 골을 넣을 때의 쾌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습니다. 운동을 하지 못할 때까지 절대로 축구를 그만두지 않을 거에요. "

2002월드컵의 홍보 사절로도 활동할 예정인 이들은 많은 여성들이 축구에 좀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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