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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I스틸, 한보철강 인수 확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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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서울 중앙지법 파산부는 24일 열린 채권관계인 집회에서 한보철강 정리계획안이 통과됨에 따라 한보철강 정리계획 변경안을 인가했다. 이로써 7년여 동안 난항을 거듭해온 한보철강 매각작업이 마무리됐고, 한보철강의 경영권은 지난달 채권단과 자산인수 계약을 한 현대차 계열인 INI스틸-현대하이스코 컨소시엄에 넘어가게 됐다.

이날 인가로 외환위기의 한 빌미가 됐던 '한보사태'도 법적 결말을 보게 됐다. 법원 측은 "정리담보권자의 99.6%, 정리채권자의 87.1%가 정리계획 변경안에 찬성해 가결 요건을 충족했다"고 밝혔다.

◆ 후속절차 어떤 게 있나=이날 한보철강 채권단은 3874억원을 AK 캐피탈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 대비한 유보금으로 설정키로 했다. 이 중 432억원은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법원 소송에 대비해 남겨두고 나머지 3442억원은 채권단이 일단 나눠 갖되 자산관리공사가 소송에 질 경우엔 바로 돌려주기로 했다.

AK캐피탈은 2002년 인수대상자로 선정됐다가 계약금 납입 시기 문제로 계약해지 당하자 국제중재법원과 미국 법원에 15억 5000만달러의 손배소를 제기했었다.

우발채무 처리 문제를 둘러싼 이견으로 정리계획안에 선뜻 동의를 않던 자산관리공사 측은 "관계인 집회에서 결의한 내용을 수용하기로 했다"며 "한보철강 채권단은 앞으로 2개월 이내에 매각 대금(1조42억원)을 나눌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보철강 최종 인수자인 INI스틸-현대하이스코 컨소시엄은 다음달 초 한보철강 인수.합병식을 열고 공장 이름도'한보철강 당진공장'에서' INI스틸 당진공장'으로 바꿀 예정이다.

INI스틸 측은 "앞으로 약 2조원을 투입해 공장을 정비할 방침"이라며 "당진공장 B지구에 짓다만 코렉스(용광로의 일종) 시설의 처리는 실사를 거쳐 나중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 철강시장 재편=한보철강의 당진공장이 정상 가동되면 이 공장의 철강생산량은 철근 120만t, 열연강판 380만t, 냉연강판 200만t 등을 합쳐 연간 1000만t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INI스틸의 철강 생산량은 770만t에서 1270만t으로 500만t 이상 늘어나 INI스틸은 세계 15위(기존 24위) 철강 업체로 도약한다. B지구의 냉연강판 공장을 합병하는 현대하이스코도 냉연강판 생산량이 기존의 200만t에서 380만t으로 두 배 가까이 늘게 된다.

이번 인수로 포스코가 주도해온 국내 열연강판 시장의 변화도 예상된다. 현재 포스코는 2160만t의 열연강판을 생산하고 있으나 국내 수요를 다 충족하지 못해 연간 500만t의 열연 강판이 수입되고 있다.

INI스틸 측은 "공장이 가동되면 연간 380만t 열연강판 생산이 가능해져 18억달러 이상의 수입대체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지역경제 활성화 기대=당진군 등 충남지역 주민들은 한보철강 매각작업이 마무리됨에 따라 지역 경제가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500여명의 한보철강 현 직원들 외에도 정상적인 공장 가동을 위해서는 앞으로 2년간 3000여명의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철강 원자재 운송 등 관련 산업이 활기를 띨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나현철.박혜민.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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