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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신도시 임대주택 과다 보증금 법원, 세입자들에 돌려줘라 판결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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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호 04면

판교 신도시에 민영 임대주택을 지어 공급한 건설회사들이 법정 표준 임대보증금보다 많은 보증금을 받아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세입자 14명에 7900만~1억1000만원씩

수원지법 성남지원 민사2부(부장판사 김현석)는 송모(45)씨 등 경기도 성남시 대방노블랜드 아파트 임차인 14명이 대방건설을 상대로 낸 두 건의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에서 “송씨 등이 낸 임대보증금 가운데 부당이득금에 해당하는 13억여원을 반환하라”고 23일 판결했다. 가구별로 돌려받는 보증금은 7900만~1억1100만원씩이다.

판교 신도시 민영 임대주택은 1700여 가구로 대방건설 외에 모아·진원이앤씨·부영건설이 참여했다. 이들 건설사는 2006년 사업자로 선정된 뒤 2009년 임대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당시 정부는 임대주택사업자에게 각종 특혜를 주는 대신 임대주택법과 관련, 건설교통부 고시에 무주택자들에게 5~10년간 임대를 하도록 했다. 표준 임대보증금(건설원가에서 국민주택기금 융자금을 뺀 금액의 50%)과 표준 임대료도 규정했다. 주택자금을 일시에 마련할 수 없는 무주택 서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 다만 임대차 계약 시 임차인의 ‘동의’가 있으면 임대보증금과 임대료를 상호 전환할 수 있게 하되 금리는 당시 1년 만기 정기예금 이율(3.45%)을 적용토록 했다. 시중 금리(6~8%)보다 절반가량 싼 금리였다. 건설사들은 약속이나 한 듯 임대료를 줄이고 임대보증금을 올리는 쪽을 택했다.

대방건설은 처음에는 분양면적 80㎡(약 24평) 아파트의 표준 임대보증금은 9872만원, 109㎡(약 33평)는 1억3719만원으로 공고했다. 그러나 실제 임대보증금은 각각 1억770만원, 2억4694만원이 됐다. 그러자 송씨 등은 “가구당 1억원씩이나 되는 돈을 시중은행에서 대출받아 건설사에 저리로 융자해 주는 꼴”이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임대주택사업자가 보증금을 올리면서 임차인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며 “추가로 받는 임대보증금이 표준 임대보증금의 80% 정도면 임대업자는 건설원가의 대부분을 임대보증금으로 회수할 수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사람들은 임대분양을 받지 못해 임대주택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원고 측 조영찬(39)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자기 돈은 적게 들이고 부당이득을 취하려 한 임대주택사업자들의 위법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라며 “이런 위법을 알고도 입주자 모집공고 등 사업을 승인한 지자체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번 사업 승인은 성남시가 했으며 지난 2월 말 감사원 감사에서 승인 담당자인 성남시청 공무원이 징계 처분을 받았다. 조 변호사는 이번 판결이 상급심에서 확정될 경우 건설사들이 돌려줘야 할 자금은 2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앞서 수원지법 성남지원 민사1부는 지난 9월 이모씨 등이 모아건설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10월 같은 법원 민사3부는 우모씨가 모아건설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는 원고의 손을 들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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