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생 방학 이용 해외연수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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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학부모 姜모(38·여·서울 마포구 성산동)씨는 요즘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10)이 방학기간에 해외연수를 보내달라고 졸라대 고민에 빠졌다.

사립 E학교에 다니는 아들은 "우리반 30명 중 13명이나 외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나는데 나는 못간다. 영어 못하면 책임지라" 고 투정을 부렸다.

연수비용이 남편 월급을 넘는 4백여만원이라 한달 전 신청을 하지 않았던 姜씨는 지난 3일 고심 끝에 유학원에 문의전화를 했지만 "이미 60명 정원이 다 찼다" 는 말을 듣고 포기했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3~4주 단기 해외 어학연수를 떠나는 초·중·고 학생들이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경비는 많이 들면서 교육효과가 적은 '부실' 유학상품이 적지않아 학부모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서울 종로구 I어학원은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여파로 1998년 단기연수를 폐지했으나 지난해 30명, 올해는 1백10명의 학생을 모집했다.

종로의 P어학원도 지난해 5백여명에서 올해 1천여명으로 늘었다. 서울 강남 일대 유학원의 대부분은 지난달 말 이미 신청을 마감한 상태다.

미국·캐나다·호주 등 영어권 국가로 떠나는 3~4주짜리 단기 연수비용은 평균 3백50만~4백50만원 선. 여기에 개인 용돈 1백만~4백만원이 추가된다.

비용이 3백80여만원인 S여행사의 3주 미국 어학연수 프로그램은 오전에 2~3시간 영어수업을 한 뒤 오후에는 바닷가 물놀이·시내관광·쇼핑·박찬호 경기 관람 등 관광 일정으로 채워져 있다.

여행업계에서는 최근 대학들이 앞다퉈 어학특기자 전형을 확대, 단기연수가 급증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수능시험 반영 없이 어학특기자를 선발하는 대학은 2000년 6개 대학 4백59명에서 2001년 23개 대학 1천2백51명으로 늘었다.

숙명여대 이병민(李炳玟·영문학)교수는 "연수 프로그램을 보면 관광·쇼핑 비중이 높아 주객이 전도된 느낌" 이라며 "연수를 보낼 학부모들은 가급적 영어교육 전문가와 상의해 원어민과 대화할 기회가 많은 프로그램을 선택해야 한다" 고 말했다.

우상균·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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