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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일 간 영토문제 없다’가 일본 교육지침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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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일본 정부가 고등학교 지리·역사 과목의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를 발표하면서 독도 영유권을 간접적으로 주장했다. 지난해 발표한 중학교 학습지도요령에 언급된 내용(한·일 간 독도 영유권 분쟁을 명기)에 입각해 교육하라는 식이다. 지난해와 달리 ‘독도’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은 포기하지 않은 것이다. 이를 두고 일본 언론들은 “한국을 배려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아시아 중시 외교노선을 밝혀온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의 지시에 따른 조치라는 보도도 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한·일 간에 어떠한 영토문제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천명하고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지난해처럼 강력한 비난 성명을 내고 주일대사를 불러들이는 등의 강경대응은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한다.

과거 일본 정부의 입장을 감안할 때 이번 조치를 평가할 만하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런 의견은 잘못된 것이다. 일본 문부과학성 차관도 “영토문제 교육에서 한국을 배려한 것은 아니다”고 밝혀 일본 정부의 입장이 달라지지 않았음을 분명히 했다. 다만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가 한·일 관계를 급격히 악화시킬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일본이 무엇이라고 주장하든 독도가 우리 영토라는 점은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 확고한 사실이다. 또 우리가 실효적(實效的)으로 점유하고 있고, 독도를 지키려는 국민적 의지가 강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의 입장에 대해서는 여전히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억지 주장을 펴는 극우 세력의 발언권이 커짐에 따라 미래 세대에 잘못된 독도 영유권 주장을 교육하는 것은 양국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우리는 일본 정부가 ‘한·일 간에는 영토분쟁이 없다’는 것을 교육지침으로 삼을 때까지 시정을 촉구해야 한다. 또 해외 각국의 역사·지리 교과서나 정부 문헌 등에 잘못 표기된 사례를 찾아 바로잡는 노력도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