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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저 별은 나의 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형, 난 언제 또다시 별로 뜰 수 있어?"

별똥별들이 하염없이 떨어지며 계속해 그렇게 필자에게 묻고 있었다. 인도 북부 히말라야 산자락 라다크. 해발 3천6백m의 고지대라서 숨이 가쁘다.

이대로 잠들면 그대로 숨이 끊어질 것 같은 두려움에 잠 못이루고 밤마다 말짱한 눈으로 별들만 쳐다본다.

바람에 히말라야 명상센터 풍경 땡강거리고 티베트 불교 깃발 소리 펄럭인다. 만년설 녹은 산개울물 철철거리는 소리에 머리 바로 위 밤 하늘 가득한 별들도 흘러간다.

"그래, 다시 곧 별로 떠오를 수 있을 거야. " 아흐레째 새벽, 떨어지는 별들에게 난 이렇게 대답하고 히말라야를 떠났다. 물소리.풍경소리.만년설.풀꽃.쇠똥.거지.왕.바람소리로 돌고돌다 곧 다시 별이 될 것이라고.

'어린 왕자' 의 작가 생텍쥐페리도 별이 돼 날아갔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가던 1944년 지중해 코르시카섬으로 정찰비행을 떠났다 아직도 귀환하지 않은 생텍쥐페리의 탄생 1백주년을 맞아 그에 대한 재조명이 활발하다.

그를 낳은 프랑스인들은 지난 1백년간 최고의 작품으로 '어린 왕자' 를 꼽았다.

1백여개 언어로 번역된 이 작품은 우리나라에서도 73년 문학평론가 김현이 번역, 소개한 데 이어 1백여종의 번역판이 나왔고 지금도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수위를 기록하며 읽히고 있다.

작은 별에서 홀로 장미를 가꾸던 어린 왕자는 친구를 찾아 별나라를 떠돌다 지구에 온다.

지나온 별들에서 우주의 별들을 모조리 사모으려는 장사꾼, 식민지를 확산시키려는 지리학자, 그리고 독재자 등 갖가지 군상을 만났던 어린 왕자는 지구에 와보니 탐욕에 가득찬 그 모든 인간들이 우글거리고 있고, 특히 자신이 온갖 정성을 기울여 가꾸며 유일한 최고의 존재로 보았던 장미도 수천송이나 피어 있다는 것을 안다.

결국 자신이 직접 가꾼 장미가 최고라는 것을 깨달은 어린 왕자는 자신의 별로 돌아간다.

이런 간단한 줄거리의 동화가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이유는 바로 우리 모두 어린 왕자와 같은 어린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종 1년 전 마지막으로 이 작품을 발표하며 생텍쥐페리는 "어른들은 누구나 처음엔 어린이였다" 고 밝혔다.

그래 우린 모두 어린이였다. 아니 여전히 어린 마음이 있기에 '어린 왕자' 는 지금도 가장 많이 읽히고 있는 것이다.

어린 마음이 돼 어린 왕자와, 또 예전에 나였을지도 모를 별들과 '저 별은 나의 별, 이 별은 너의 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회는 아직 건강하며 꿈이 있다.

이경철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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