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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입국노리는 동남아인 여권위·변조 급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산업연수생으로 1994년 입국, 불법 체류하던 람잠 알리 칸(34.태국인)은 지난달 10일 여권 브로커를 통해 구입한 위조 여권으로 김포국제공항에서 태국으로 출국하려다 김포 출입국관리소에 적발됐다.

중국에서 김포국제공항으로 입국하던 조선족 임모(19.여)씨는 지난달 15일 중국 관광 중 분실한 한국인 여권에 자신의 사진을 붙여 입국하다 적발됐다.

국내 경기가 호전돼 동남아시아 산업연수생 인력이 모자라는 데다 김포국제공항이 미국.캐나다.호주 등을 거쳐가는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하면서 밀입국을 노리는 여권 위조.변조 행위가 급증하고 있다.

30일 김포 출입국관리소에 따르면 올들어 6월말까지 모두 2천3백명이 위.변조 여권을 소지하고 있다가 적발됐다.

이는 지난 한해 적발된 2천1백59명을 넘어서는 숫자다.

이들은 대부분 중국.몽골.태국.방글라데시.파키스탄.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인으로 적발된 여권사범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내국인은 1백20명에 불과했다.

지난달 9일 중국에서 입국한 최모(35)씨는 다른 사람의 여권에 사진을 바꿔치기해 입국하려다 적발됐다.

이처럼 여권에 다른 사람의 사진을 붙이는 변조 여권과 처음 여권을 발급받을 때 주민등록증의 사진을 바꿔 정식 절차를 밟아 발급받는 위명 여권이 여권사범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위명 여권의 경우 브로커들이 구청.도청에서 신규로 여권을 발급받는 과정에서 주민등록증에 다른 사람의 사진을 붙인 뒤 복사해 제출하면 아무런 하자가 없는 정식 여권이 발급돼 사전 정보 없이는 출입국관리소에서 적발할 수 없다.

김포 출입국관리소 백남찬(白南燦)심사국장은 "우리나라가 IMF를 벗어나면서 소위 3D 업종에 동남아인들이 필요하게 돼 여권 브로커들이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 며 "최근 발급된 주민등록증처럼 여권도 사진을 인화하는 방식으로 바꾸면 위.변조 여권을 막을 수 있다" 고 말했다.

김포 출입국관리소에 따르면 여권 브로커들은 최근 여권 앞장 사진에 덮어 씌운 비닐(라미네이트)까지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영하 50도 이상으로 냉동한 뒤 라미네이트를 떼어내는 기술까지 보유, 위변조 여권 적발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김포 출입국관리소는 지난해말 1억2천만원을 들여 여권 위.변조 판독기계를 도입했고 감사반 8명을 투입하고 있지만 장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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