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을 말한다] '최악(樂)의 콘서트'여는 이승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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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공연은 우리가 최고다. '웬 오만이냐' 는 반문도 있겠지만 우리는 언제나 이렇게 반박할 수 있다.

'우리는 무조건 최고를 지향해왔고 자연스럽게 우리를 최고로 만들어주는 무리가 생겼고 그리하여 결국 최고가 되었다' 고.

여기서 우리란 몇년간 함께해 온 밴드.스태프, 그리고 기획팀을 말한다. 우리나라 공연 여건상 한 스태프와 계속해 공연을 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이벤트나 기업체 행사를 하면 훨씬 큰 돈을 벌 수 있는데도 돈 안되는 라이브 콘서트를 고집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나는 운 좋게도 편한 곳에 안주하지 않는 진보적인 사람들을 만난 덕에 공연을 계속할 수 있었다.

1989년 1집을 낸 후로 방송보다 공연을 통해 대중과 만나온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다. 단지 고등학교 때 들국화 공연을 보고 그만큼 감동 어린 무대를 만들겠다는 결심을 했기 때문이다.

12년간 공연을 하면서 어릴 적 받았던 감동을 재현했는지 궁금하지만 척박한 우리 음악환경을 바꿔보겠다는 사명감에 나름대로 노력해왔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공연 때마다 새롭게 선보인 아이템과 기술들이 몇년 뒤에야 매스컴에서 '최초' 인양 소개되는 것을 보면 속이 상한다. 사실 우리 공연문화는 이같은 무관심과 함께 각종 제도적 미비 때문에 절름발이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음향시설이 제대로 된 공연장도 드물고 시설이 갖춰진 공연장은 대중음악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그럴 때마다 차별화된 공연으로 청중을 감동시킨다면 언젠가는 공연 문화에 대한 관심과 지원도 커지겠지 하고 자위할 뿐이다. 우리 공연은 좀 길다.

러닝타임이 4시간에 육박한다. 사람들이 지루해 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각종 이벤트를 마련한다. "음악이 제일 중요한 것 아니냐" 고 반문한다면 "콘서트에서 음악은 기본" 이라 말하고 싶다.

모 라디오방송에서 한 학생에게 "라이브 공연을 본 적이 있느냐" 고 질문하자 "○○콘서트를 봤다" 고 대답하는 걸 들었는데 그 콘서트는 립싱크로 진행됐다.

립싱크가 만연하다 보니 이제 사람들은 라이브와 립싱크를 구별할 능력조차 잃어버리기에 이르렀다. 립싱크 공연이 현란한 댄스 등 볼거리가 많은 점은 인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라이브 공연에서는 그것을 앞지를 수 있는 무대 매너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연을 본 청중들이 웃으며 공연장을 떠나갈 수 있는 감동과 재미를 선사해야 하는 것이다. 지루한 공연은 골수팬을 제외한 청중들에겐 정말 고역이기 때문이다.

소극장 공연을 선호했던 초기에는 즉석 결혼식 같은 아기자기한 이벤트를 많이 했다. 그러나 점차 큰 공연장으로 옮겨가면서 이벤트도 대형화됐다. 우리의 공연을 일러 "불쇼, 물쇼, 각종 다채로운 이벤트 쇼" 라고 부르는 것은 거기서 비롯됐다.

이번 '최악의 콘서트' 는 그 이벤트의 절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악의 흐름과 일치하는 세련된 조명, 72대 멀티큐브 화면이 설치되는 무대 등 공연 연출의 온갖 기법이 총동원됐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아티스트와 청중이 하나가 되는 '일체감' 이 우리 공연의 가장 큰 무기다.

※이번 콘서트는 '사상 최악(樂)' 이란 재미있는 부제 아래 오늘(7월 1일) 오후 6시30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펼쳐진다. 02-538-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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