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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쯔강 하구 조업 단계 포기 안팎]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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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부가 양쯔강(揚子江)하구 수역에서의 한시적인 조업권을 그나마 단계적으로 포기키로 한 것은 협상과정에서의 불가피성 보다는 ‘외교력의 부재’가 낳은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전체 어업이익을 위해 양쯔강 하구에 대한 조업권을 고수하는 것 보다 한·중 어업협정을 조속히 타결 짓는 쪽이 더욱 절실하다”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불가피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양해각서 서명때 우리 정부가 빚은 외교적 실수로 엄청난 어장을 잃게 됐지 않느냐”며 그 연장선에서 이번 조업권 포기안에 비판적인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해양대 김영구(金榮球·60)교수는 “일본은 양쯔강 하구 수역에 대해 조건부 조업권을 확보했다”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하지만 명백한 외교력 부재가 아니냐”고 말했다.

그동안 한·중 어업협정 과정에서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난해 4월 서울에서 열린 제2차 한·중 어업협정 실무협의에 참석한 우리측 대표단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중국측이 양쯔강 수역에 대해 우리측 어선의 조업을 규제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양쯔강 하구 수역에 적용될 중국측 법령으로 외국어선의 조업을 금지한 ‘뤼쓰(呂四),창장커우(長江口) 및 저우산(舟山)어장해역에서의 어로허가 관리규정’도 제시했다.

정부 대표단은 “뒤늦게 새로 만든 법을 들고 나오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어긋난다”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하지만 중국측은 “양해각서에 가서명을 한 만큼 국제법을 준수하라”고 요구했다.한·중 어업

협상은 그것으로 교착상태에 빠져들고 말았다.

이에 앞서 정부는 1998년 11월 한·중 어업협정에 가서명하면서 우리측 특정금지수역(NLL)과 양쯔강 수역에 대한 조업질서를 규정한 양해각서에도 가서명을 했다.

앙해각서는 ‘특정 금지수역과 양쯔강 수역에 대해서는 연안국이 현재 시행하고 있는 법령을 준수한다’고 규정해 놓았다.

가서명 당시 정부는 중국측 법령을 꼼꼼하게 검토해 보지 않은 ‘외교적 실수’를 저질른 것이다.

이 수역에 적용될 중국법령이 우리의 기존 조업권을 거의 침해하지 않고,단지 산란기(産卵期) 2∼3개월 동안만 조업이 금지되는 것으로 판단했던 것이다.

협상이 장기화되자 정부는 지난 4월쯤 단계적으로 조업권을 포기하겠다는 새로운 협상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중국측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할 수 밖에 없었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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