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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구매 시장에 중소기업 참여 넓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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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거대한 경제주체로서의 국가는 필연적으로 막대한 규모의 공공구매를 하게 되고, 공공구매 시장에 중소기업이 참여하느냐, 하지 못하느냐는 중소기업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때문에 공공구매 시장에서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것은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을 위해 필수 불가결하다. 우리는 공공구매라고 하는 거대한 시장을 운영하는 데 있어 모두가 수긍할 수 있도록 경쟁 촉진과 경제 민주화라는 두 가지 명제를 고려해 시장운영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

국가가 공공구매에 있어 세워야 할 원칙의 첫째는 공공구매의 효율성이다. 국가 예산은 국민의 세금으로 대부분 충당되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의 세금 부담을 최소화하고 효율적으로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 따라서 공공구매는 최저 가격에서 합리적으로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공공구매의 둘째 원칙은 구매과정의 투명성이다. 부패가 만연한 나라는 국가 경쟁력을 해쳐 결국 낙오하게 되므로 국가가 솔선해 구매의 투명성을 보여야 한다.

셋째, 공공구매 시장 참여에 대한 자유와 평등 보장이다. 국가는 공공구매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 모든 경제주체에 고른 참여의 기회를 보장함으로써 평등한 사회 건설에 앞장서야 한다. 공공구매에 관한 이러한 원칙들을 고려할 때 경쟁 촉진적 공공구매가 이뤄져야 하는 건 당연하며, 경쟁원칙은 또한 세계화 시대를 맞이한 국제사회의 요청이기도 하다.

한편 경쟁원칙에 반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이러한 명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건설분야 등에 분리.분할발주 확대 장치를 도입하고 중소기업 하도급 보호제도 및 영세기업의 공공구매 시장 참여를 돕기 위한 조합결성 제도 등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공공구매에 있어서의 중소기업 보호를 위한 이러한 조치들은 다소간의 재정적 손실을 감수하고서도 이미 프랑스 같은 나라에서 제도화해 공공구매 법전에 수록돼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하나인 대한민국이 40년 전에 도입했던 단체수의계약제도를 더 이상 유지하는 것은 경쟁원칙에도 맞지 않고 국제사회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조합에 참여하지 못한 기업에 의해 헌법소원이 제기될 위험성도 있다.

따라서 정부의 방침은 대체로 타당하며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다만 아쉬운 점은 정부의 중소기업 보호를 위한 충정과 국제적 환경을 이해시키는 데 다소 소홀함이 있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즉 단체수의계약 제도 폐지를 바로 거론하기보다 프랑스를 비롯한 외국의 중소기업 보호제도와 변화하는 국제환경을 널리 홍보하는 한편 중소기업에 대한 새로운 보호조치의 구체적인 입법안부터 제시하고 나서 단체수의계약제도도 불가피하게 폐지할 수밖에 없음을 설득하는 편이 갈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이제 단체수의계약제도 폐지를 2년간 유예하기로 했으므로 무엇보다 중소기업 보호를 위한 대체입법안의 신속한 제시가 필요하다.

이광윤 성균관대 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