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IHT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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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신문 가판대 수준이 그 나라의 수준이라는 말이 있다.

대도시 가판대에 꽂혀 있는 신문이나 잡지를 보면 그 나라의 국제화 수준을 알 수 있다는 얘기다.

현지에서 발행되는 신문이나 잡지와 함께 외국에서 발행되는 정간물(定刊物)도 다양하게 가판대에 진열돼 있으면 일단 그 도시는 국제화된 도시라고 봐도 무방하다.

아무리 도시가 현대적으로 잘 꾸며져 있더라도 가판대에서 그 나라에서 발행되는 신문이나 잡지 외에는 구경하기 힘들다면 그 도시는 국제화가 덜 된 도시다.

이런 기준에서 보자면 파리만큼 국제화한 도시도 드물다. 개선문에서 콩코르드 광장으로 이어지는 샹젤리제 거리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도로 양편에 신문.잡지를 파는 키요스크들이 눈에 띈다.

영국의 더 타임스나 파이낸셜 타임스 당일자가 프랑스 신문들과 나란히 진열돼 있다.

독일의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이탈리아의 라 레푸블리카, 스페인의 엘 파이스 등 유럽 각국의 주요 신문들 치고 없는 게 없다.

미국 신문도 물론 있고 위성전송을 받아 인쇄한 당일자 인민일보나 닛케이 신문도 사볼 수 있다. 아랍어로 된 신문들도 많다.

파리에 와 있는 외국인들이 주고객이지만 필요상 외국신문을 보는 프랑스인들도 적지 않다.

프랑스 가판대에 꽂히는 외국 정간물은 신문과 잡지를 포함해 8백종에 달한다. 프랑스의 모든 정간물 배포는 NMPP라는 회사가 맡고 있다. 1897년 설립된 메사즈리 아셰트사가 전신(前身)이다.

2차세계대전후 5개 언론.출판사 조합이 51%의 지분참여를 하면서 1947년 재출범했다.

NMPP는 외국 정간물을 포함, 3천종의 정간물 배포를 맡고 있다. 프랑스에는 우리 식의 신문배달제도가 없다.

모든 정간물은 전국에 있는 3만2천개 신문 가판대를 통해 일반에게 보급.판매되는데 그 배포를 전담하고 있는 회사가 NMPP다.

NMPP는 전세계 1백12개국에 1천9백종의 프랑스 정간물을 배포하는 해외보급 창구 역할도 겸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국제화한 신문' '지구촌의 일간지' 로 이름 높은 영자 일간지인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을 연내에 서울시내 신문 가판대에서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파리에 본사를 둔 IHT가 중앙일보와 제휴해 국내에 제대로 된 영자 지면을 선보인다는 소식이다.

신문 가판대를 통해 본 서울의 국제화 수준은 세계 최하위권이다.

서울의 가판대에서는 세계를 볼 수 없다. 우물 안에서 하늘을 보는 격이다. 높이 올라가야 멀리 볼 수 있다.

IHT의 가판대 등장은 서울의 국제화 수준을 한차원 높이는 계기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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