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작가들의 새 희망봉 '중앙신인문학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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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해마다 신문사 신춘문예 공고가 나오는 11월이 되면 등단을 꿈꾸는 수많은 문학 지망생들의 마음은 설레게 마련이다.

그들은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인 작품을 신문사에 보낸다. 그 다음부터는 지루한 기다림이다.

혹시 당선통지가 오지 않을까 해서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때까지, 외출은 커녕 전화기 옆도 쉽게 떠날 수 없다.

울리는 전화 소리에 가슴이 벌렁벌렁 하거나, 전화가 혹시 고장이 났나 수화기를 수시로 들어본 경험은 신춘문예에 작품을 투고해 본 이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일이다.

신춘문예는 식민지 시대인 1920년대 일본신문들의 제도를 본 따 시작한 이래 70여년간 문학 지망생들의 가슴을 설레게 해온 셈이다.

출발 당시는 우리나라에서 근대문학이 형성되는 시기여서 문학의 밑거름이 되는 관례의 하나가 되었고, 문예잡지의 신인상 추천 제도와 함께 한국의 대표적 문인 등단 제도로 정착했다.

문학 지망생들이 특히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하길 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신문사의 공신력에 대한 믿음이다. 1월 1일자 신문에 화려하게 이름 석자를 새길 수 있다는 것은 부차적이지만 큰 기쁨이다.

그러나 70여년 역사를 거치면서 신춘문예 제도에도 부정적인 측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장 큰 문제는 중복 투고다. 여러 작품을 준비해서 각 신문사에 다른 작품을 투고한다면 문제가 없지만 당선을 확신하지 못하는 처지라 문학 지망생들은 가장 자신있는 작품을 여러 신문에 동시에 투고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당선작이 결정될 즈음에 각 신문의 신춘문예 담당 기자들이 모여 중복 당선자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다. 실제 이 과정에서 당선이 취소되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심사하는 선배 문인의 입장에서도 연말연시 짧은 시간에 많은 작품을 심사해야 하는 부담도 있었다.

사실 문인의 등단을 위한 제도를 꼭 1월 1일 여러 신문에서 천편일률로 동시에 시행할 이유는 없다.

언론사는 각각의 사정에 따라 등용문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그럴 경우 문학 지망생들은 여러 차례에 걸쳐 당당히 경쟁할 수 있어 더 바람직하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던 터에 중앙일보가 신춘문예 제도를 '중앙신인문학상' 으로 개편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중앙일보는 지상에 발표한 사고(社告)에서 "새 천년을 맞아 한국문단의 비상(飛翔)을 꿈꾸며 신춘중앙문예를 획기적으로 개편, '중앙신인문학상' 이란 새로운 제도로 발전" 시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신춘문예 제도의 발전적 개편에 대해 문인의 한 사람으로 환영한다. 더군다나 새롭게 등단하는 신인에게 대폭 오른 상금을 지급한다고 하니 누가 받든지 반가워하지 않을 수 없다.

등용문의 경우 상금 액수가 그 장르에 대한 간접적 평가 측면도 있기에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두고 싶다. 물론 좋은 취지에 걸맞는 엄정하고 내실있는 운영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순수 문학의 위상이 날로 위축되어 가는 현실에서 '중앙신인문학상' 의 위상이 확고하게 굳어지고, 이 제도를 통해 등단한 신인들이 21세기 한국문학의 명실상부한 주역이 되기를 바란다.

'중앙신인문학상' 을 통해 문학의 날개를 달 미래의 시인, 소설가, 평론가에게 미리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하응백 <문학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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