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기 왕위전] 조훈현-이세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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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黑173에 좌상 백대마 풍전등화

제8보 (165~185)〓165가 놓이자 우변 백의 생사가 급박하다. 쫓겨다니는데 지친 듯 曺9단은 하염없이 장고에 빠져들더니 문득 166의 선수를 거쳐 168로 역습을 가하고 나섰다. 그러나 결론을 먼저 말한다면 이 수가 명을 재촉하고 말았다.

171은 선수. 앞서 밝힌대로 이곳은 흑이 먼저 두면 179까지 패가 되는 곳. 공개된 흑의 비상구였다. 그런데 패를 하기 전에 둔 李3단의 173이 曺9단의 폐부를 찌르는 호착이었다.

이 수는 자체로도 굉장히 클뿐 아니라 좌상 백대마 전체의 생명까지 노리고 있다. 게다가 백이 '참고도1' 의 백1로 패를 없애면 흑2로부터 타고 나오는 수가 있어 백은 꼼짝없이 174로 받아야 했다.

흑이 느긋하게 패를 시작하자 좌상 대마를 살리지 못한 백은 도무지 패를 하기 어렵다. 패를 중단하고 180에 가일수. 괜히 패를 걸어 손해만 자초했다. 李3단은 그러나 패를 잇지 않고 한술 더 떠 181에 지킨다. 이 수로 하변 백은 절반쯤 죽었다.

패는 계속 되지만 백은 총알이라 할 팻감이 태부족이다. 183에 백이 패를 받지 않으면 '참고도2' 흑1로 간단히 끊어진다. 曺9단이 처한 상황은 점점 더 지옥으로 변해가고 있었다(182.185는 패 때림).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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