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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진그룹 브랜슨회장 자선전 '나는 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무일푼에서 시작해 웬만한 부자는 될 수 있어도 대부호가 되는 일은 드물다. 우리나라 창업자들이 그랬듯이 극심한 경제적 혼란기에 사업을 세우거나, 아니면 빌 게이츠처럼 다가올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는 천재의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그러나 영국 버진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은 이런 상식을 파괴한 인물이다. 그야말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냈다.

부자 부모는커녕 특별한 천재도 아닌 인물이 현재 2백여 개 자회사를 거느린 대 버진 그룹을 일구어냈으니 말이다.

'나는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 (이남규 옮김.하서)는 바로 이 제국의 창조자가 1998년에 쓴 자서전이다. 필 콜린스 등 세계적인 팝스타들로 친숙한 버진 레코드의 창업자인 그는 뉴욕 타임스 스퀘어에 탱크를 밀고 들어가 버진 콜라를 선전하고, 열기구로 대서양을 횡단하는 모험을 하는 등 늘 모든 규칙을 깨뜨리는 엉뚱한 발상으로 세계의 관심을 끌어왔다.

책에는 그의 도전과 골리앗을 물리친 다윗의 생존전략이 담겨 있다. 서문에 쓰여 있듯 브랜슨은 자신의 삶에서 교훈을 얻으라고 강요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그가 보여온 끊임없는 도전과 기발한 발상이 읽는 이에게 저절로 영감을 불어 넣어준다.

선천적 난독증으로 고등학교를 겨우졸업했던 브랜슨이 택한 첫째 사업은 레코드 우편주문이었다. 어린 시절 취미삼아 벌였던 사업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 사업도 되는 듯하다가 결국엔 운이 따르지 않았다. 우체국 파업으로 파산 위기에 처한 것이다.

브랜슨이 보통 사람과 다른 점이라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모험심이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건 자신이 '재미있다' 고 생각하면 항상 밀어붙여 성공하고야 만다. 손쉽게 기업을 사들이는 게 아니라 완전히 무에서 만들어낸다는 것도 특이한 점이다.

이 책 앞부분은 주로 버진 레코드와 관련한 이야기, 뒷부분은 '망하는 지름길' 이라는 충고를 뒤로 하고 보잉기 한대를 빌려 시작한 항공사 버진 애틀랜틱과 브리티시 에어와의 싸움을 다루고 있다.

이런 큰 줄기 속에서 벌어진 작은 일화들은 책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택시기사였던 필 콜린스와의 만남이나 요르단 누르왕비의 요청으로 국왕식구들을 열기구에 태운 인연으로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시 버진 애틀랜틱이 구호품을 전하고 인질을 구할 수 있었던 사연은 극적이다.

아직 중년에 불과한 성공한 사업가의 자서전인 만큼 어느 정도 과장한 부분도 있겠지만 책 속에는 탈세로 감방에 갇힌 경험이나 외도로 파경을 맞은 첫째 결혼 등 감추고 싶은 부분도 솔직하게 담겨 있어 설득력을 더해 준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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