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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미스터리] 6. 남극 오존구멍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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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 2003년에 찍은 남극 오존 구멍. 남극 대륙을 중심으로 푸른색을 띤 부분이 오존 구멍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 제공]

"어, 저게 뭐지." 1980년대 초 영국의 남극기지 연구팀은 하늘을 관측하다 깜짝 놀란다. 고도 15~50㎞의 상공(성층권)에서 오존이 뚜렷하게 줄어들어 위성사진으로 볼 때 퍼렇게 나온 것이다. 추가 조사를 통해 남극대륙 위에 오존 구멍이 뚫린 사실이 확인된다. 이후 구멍은 점점 커져만 간다. 전 세계적으로 "오존 파괴를 막기 위해 대기오염 등을 줄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된다. 그러던 중 2000년부터 2002년까지 구멍 크기가 급격히 줄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과연 오존 구멍은 인류의 '노력'으로 작아진 것일까.

"오존 파괴물질 규제가 결실을 보았고 이제는 오존 구멍이 줄어드는 일만 남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2002년 결과를 보고 이렇게 환호했다. 하지만 기뻐하긴 일렀다. 바로 다음해인 2003년 다시 구멍이 커진 것이다. 더욱 헷갈리는 것은 올해 9월 16일 미국 항공우주국의 측정 결과 크기가 급격히 작아졌다는 점이다. 홍채나 카메라 조리개처럼 커졌다 줄었다 했다. 오존 구멍이 언제 사라질지 속단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남극 오존 구멍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은 성층권에 오존 파괴물질이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 좌우된다고 말한다. 1987년 '오존층 파괴물질에 관한 몬트리올 의정서'가 채택됐고, 미용용 스프레이나 냉장고 냉매 등으로 쓰이는 염화불화탄소(CFC).할론 등에 대한 규제가 시행된 지도 10년이 넘었다. 이에 따라 오존 파괴물질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의정서에 따라 한국도 내년부터 CFC 사용량을 95~97년의 절반으로 줄여야 하고 2010년에는 전혀 쓸 수 없게 된다.

그런데도 오존 구멍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우선 CFC에서 나온 염소(Cl) 원자 하나가 시간을 두고 연쇄반응을 시작하면 오존 분자를 10만개까지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당장 사용을 중단해도 이들 물질이 성층권에 50~100년 동안 남아서 오존을 계속 파괴하는 것이다.

남극 자체의 기상 변화도 중요하다. 세계기상기구.유엔환경계획.미국 해양대기국 등은 2002년 '오존 고갈의 과학적 평가'라는 보고서에서 "겨울철 남극 상공 성층권의 기온이 얼마나 떨어지느냐에 따라 오존 구멍 크기가 좌우된다"고 설명했다. 기온이 영하 78도 아래로 떨어지면 질산염.황산염이 엉켜 '극(極)성층권 구름'이 만들어진다. 구름이 커지면 무게 때문에 아래로 가라앉게 된다. 질산염은 CFC에서 나온 일산화염소(ClO)의 오존 파괴 반응을 방해하는 물질이다.

남극 상공의 강력한 소용돌이도 오존 구멍을 만든다. 컵 속에 물을 넣고 젓가락으로 힘껏 저으면 가운데 물이 없는 부분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오존이 일단 없어지면 외부로부터 보충이 안 된다. 결국 남극의 긴 겨울이 끝날 무렵인 9월에 오존 구멍이 가장 크게 나타난다.

특히 지구온난화라는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영국 남극조사단의 조너선 샌클린 박사는 "지구온난화가 계속될 경우 지구 표면에 가까운 대류권은 더워지겠지만 성층권은 오히려 기온이 떨어져 오존층 회복을 지연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존 파괴물질의 규제를 둘러싼 국가 간 이견도 문제다. 강력한 살충제로서 벼.옥수수 등에 뿌리는 농약 성분인 메틸 브로마이드가 대표적인 예다. 미국 등에서는 "남극 오존 구멍이 빠른 속도로 치유되고 있는 만큼 메틸 브로마이드를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고 주장한다.

얼마 전까지 "2050년께 오존 구멍이 사라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측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계속 지켜봐야 할 사안이 된 것이다.

◆ 진실 또는 거짓=여름철 눈과 호흡기를 자극하는 대도시의 오존은 나쁜 오존이다. 하지만 성층권의 오존은 태양의 자외선을 막아주는 '좋은 오존'이다. 오존층이 파괴되면 피부암.백내장이 늘어나 사람의 건강에 피해를 준다. 개구리 등 양서류도 줄어든다. 남극뿐 아니라 북극 등 다른 곳에서도 오존은 파괴된다. 북극은 바다이기 때문에 남극대륙 상공만큼 기온이 떨어지지 않아 오존 파괴도 덜하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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