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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콜] '태조 왕건' 연화역 김혜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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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인기와 부를 원한다면 당연히 현대극을 해야겠죠. 그러나 사극 전문배우가 되고 싶어요. 현대극을 하면서 느끼지 못했던 연기자로서의 발전 속도를 사극을 통해 절감하기 때문입니다. "

오똑하게 균형잡인 코와 서글서글한 눈매, 이지적인 분위기가 매력인 탤런트 김혜리(30)의 사극 예찬론이다. 김혜리는 현재 KBS의 인기 사극 '태조 왕건' (토.일 밤 9시45분)에 연화 역으로 출연하고 있다.

왕건(최수종)과 장래를 약속했다가 결국 궁예(김영철)의 아내로 국모(國母)가 되지만 광기에 사로잡힌 궁예에게 죽임을 당하는 비극의 여인이다.

지난 23일 경북 문경의 오픈세트에서는 연화와 궁예의 성대한 결혼식(7월 8일 방영) 장면 촬영이 있었다. 여섯겹의 붉은색 대례복으로 치장한 김혜리는 재색을 겸비한 아름다움을 뽐냈지만 마음 한 구석엔 수심이 가득했다.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지 못하고 다른 남자에게 선택당하는 여성의 비극을 그녀는 이렇게 표현했다.

"궁예보다는 왕건이 훨씬 매력적입니다. 무리하게 욕망을 좇기보다는 조용히 보이지 않은 힘으로 세상을 휘어잡는 남자이기 때문이지요. 실생활에서도 왕건 같은 외유내강형의 남자를 좋아합니다." 마침 김혜리는 "그런 남자와 사귀고 있다" 고 귀띔했다.

김혜리는 1988년 미스코리아 선 출신이다. 이승연 등 미스코리아 출신 동료 연기자들에 비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받지 못했지만 방송계에서는 주관이 뚜렷한 연기자로 알려져 있다. 서구적인 외모라는 '단점' 에도 불구하고 사극을 지향하는 고집부터가 그렇다.

"사극을 하면서 만족해 본 적이 한번도 없어요. 그래서 더욱 달려들고 싶은 욕심이 생깁니다. '왕과 비' 에서 처음 만나 지금은 엄마 역할을 맡고 있는 박주아 선배로부터 사극 특유의 말투와 몸짓을 배우고 있습니다. 이제 대표작이랄 수 있는 역할을 만난 셈입니다. "

김혜리는 그래도 성이 차지 않아 요즘 스트레스성 편두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다행히 그 해결방법을 찾았는데 그게 바로 승마. "연화 역을 하면서 처음으로 말타기를 배웠는데 말과 하나가 되는 느낌은 정말 황홀해요. 일부러 작가에게 말타는 장면을 더 넣어달라고 조를 정도로 매력있습니다."

문경〓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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