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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로 삶터 잃고…모피로 쓰이고…수달이 불쌍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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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 태어난 지 100일이 지난 부산 아쿠아리움의 새끼 수달 세 마리(上). 동물구조대 대원이 구조한 수달에게 음식을 주고 있다(下). [연합]

"수달이 지구에서 사라진다는 것은 모든 하천이 오염되고, 열대 우림도 남아 있지 않으며, 자연 습지가 훼손됐다는 의미다." 작고 앙증맞은 이 동물에 대해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은 이처럼 큰 의미를 부여한다. 국내에서도 수달이 서식지를 잃고 어망에 걸려 숨지는 등의 고통을 겪고 있다. 최근 지방자치단체와 전문가 등을 중심으로 수달을 체계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본 고치(高知)현 스자키(須崎)시의 상징은 수달이다. 도시 곳곳의 이정표나 간판에서 수달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스자키시는 물론 일본 전역에서 수달이 사라진 지 오래다.

일본에선 1979년을 끝으로 지난 25년 동안 수달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스자키는 그 마지막 수달이 관찰됐던 곳이다. 스자키 시민들은 하천 수질을 개선하면서 수달을 다시 살릴 방법을 찾고 있다.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국제 수달 심포지엄'에서 도쿄(東京)농업대학교의 안도 모토가쓰(安藤元一) 교수는 "이제 일본 수달은 기억만 존재한다"면서 수렵.수질오염.도로건설 등을 멸종 원인으로 꼽았다. 과거 일본에는 쓰시마 섬에서 홋카이도까지 수달이 살고 있었으나 19세기 후반부터 모피 수출을 위해, 20세기 초에는 군수용 모피 확보를 위해 마구 잡아들이면서 멸종에 이르게 됐다.

중국에서도 수달은 위기에 처해 있다. 하얼빈에 있는 헤이룽장성 야생연구소의 피아오 렌주 박사의 논문에 따르면 70년대까지 중국 각지에서는 모피 생산을 위해 매년 1만 마리 이상이 포획됐다. 80년대 들어서도 1000마리 이상이 잡혔다.

중국 동북지역의 경우 수달 개체 수가 70년대에 비해 80% 이상 줄었다. 숲이 줄어들고 하천이 폐수와 살충제, 화학비료 등으로 오염된 것도 수달의 생존을 위협한다.

한국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야생동물연구소장인 경남대 한성용 교수는 "국내에 서식하고 있는 수달은 800마리 정도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백두대간 가운데서도 사람의 발길이 뜸한 산간 계곡에서 주로 서식한다.

개발로 인해 서식지가 줄어들고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에 치이기도 한다. 어망에 걸려 목숨을 잃는 경우 역시 늘고 있다. 한 교수는 "섬진강에선 대부분의 어부가 그물에 수달이 걸린 것을 경험했을 정도"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강원도 화천군은 수달 보호를 위해 수달연구센터를 세우려 하고 있다. 수달 서식지로 확인된 파로호(화천댐) 호숫가 16만㎡ 부지에 180억원의 예산을 들여 연구센터를 짓는다는 것이다.

화천군과 강원도가 45억원씩 내고 환경부나 문화재청 등 중앙정부로부터 90억원의 지원받는다는 계획이다. 연구센터를 추진하는 한 관계자는 "예산이 확정되면 내년이라도 바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센터에선 ▶수달의 질병.생태 연구▶서식지 복원 연구▶아시아 국가 등과의 국제 협력▶일반인과 야생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교육 등을 맡게 된다. 한 교수는 "일본에선 수달이 사라졌기 때문에 아시아의 수달 연구와 보호 활동은 한국이 중심이 돼야 하고 이를 위해선 수달연구센터가 설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화천군에선 2007년 제10회 국제수달학회가 열린다.3년마다 열리는 이 학회에는 전 세계 50여개 국에서 200명 이상의 수달 전문가들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 수달=건강한 습지.하천의 지표종인 수달은 천연기념물 330호이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동물이다.

전 세계에는 13종의 수달이 있으며 국내 수달은 유라시아 수달(Lutra lutra)이다. 이 종은 영국-유럽대륙-러시아-중국-한반도에 서식하고 있다. 과거 일본에 서식했던 것도 이 종이다. 대부분 물가로부터 4m 이내에 굴을 파고 산다.

하천변이나 해안을 콘크리트 제방으로 둘러치는 것 자체가 수달에게는 큰 위협이 된다. 수달은 피라미.갈겨니.쉬리 등의 물고기를 제일 좋아하고 양서류.곤충.포유류.조류 등도 잡아먹고 산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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