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지하철 7호선 무료시승 행사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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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오는 11월 말 서울지하철 6호선이 개통되면 서울의 땅속 철로는 2백78㎞로 도쿄(東京)지하철(2백43㎞)을 연장으로 추월한다. 뉴욕.런던에 이어 세계 제3위다.

서울 교통시스템은 자연스레 지하철 중심이 되고, 따라서 시민 통행 패턴도 바뀌게 된다. 이를 위해 당국이 준비하고 있는가.

우선 한달 후 7호선이 전구간 개통된다. 도봉.상계.중계.광진지역~강남 중심지 난(難)교통구간을 직선으로 연결한다. 가리봉.구로지역~강남을 관통 연결하는 명실상부한 한강 이남의 동서축 노선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7호선 개통으로 그동안 골칫거리였던 신도림역 혼잡을 대폭 완화하는 등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본다.

시민은 그러나 기대반 우려반이다. 지난 6, 7년 동안 공사로 꽉 막힌 도로, 소음.진동.먼지에 시달렸던 주민들. 언제 터질지 모를 폭발.추락사고에 마음 졸이며 복공판 위를 살얼음 걷듯 했던 주민들. 도로가 차단돼 장사를 할 수 없었던 도로 주변 상가들. 이들에겐 7호선 개통이 물론 희소식이다.

그러나 걱정도 많다. 지하철이 생겼다고 혹시 버스가 없어지지는 않을지, 지하철역 주변이라고 재건축.재개발이 봇물을 이뤄 타지역 사람들이 몰려 동네가 더 북적거리지 않을지 등등.

7호선을 개통하는 날 당국은 잔치를 벌일 모양이다. 밴드도 동원하고 낙도 어린이를 초청해 태워주기도 하고….

이런 잔치와 함께 그동안 고생을 감내했던 주민들에게도 '잔치떡' 을 돌려야 한다.

한달 정도 공짜로 지하철을 타게 하자. 주민의 희생.협조에 대한 보답도 되고, 승용차.버스에 길들여진 통행습성을 바꾸게 하는 계기도 된다.

잔치보다 중요한 개통준비도 있다. 시내.마을버스 노선이 지하철과 경합되지는 않는가 점검하자. 땅 밑엔 5호선 지하철, 땅 위엔 중앙버스전용차로를 설치하는 잘못(愚)을 또 저지르면 안된다. 일단 개통해보고 문제가 생기면 덤비는 뒷북행정은 더욱 안된다.

동네마다 가까운 역까지 자전거.보행자 도로를 새로 지정해 정비하고, 도로 중심이었던 안내.신호체계도 바꾸는 등 당국은 지하철 개통 전에 할 일이 너무 많다.

음성직 수석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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