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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왕따' 소재삼는 오락프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얼마 전 KBS의 한 오락 프로그램을 시청할 때였다.

출연자들이 나와 청소년에게 인기있는 '묵찌빠 버전놀이' 를 했다. 묵찌빠 버전놀이란 손으로 가위.바위.보 모양을 하며 어떤 상황을 흉내내는 것이다.

출연자들이 특정 연예인을 흉내낼 때는 무척 재미있고 즐거웠다. 그러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며 마지막에 나온 출연자의 묵찌빠 버전은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이 사람은 '왕따 버전' 을 보여줬다.

요즘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왕따 학생들의 어리숙하고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묵찌빠로 표현하는 것이었다. 옆자리의 출연자들은 박장대소를 하며 즐거워 했다.

학생들간에 벌어지고 있는 심각한 사회문제를 이렇게 웃음거리로 만들어 즐거워하다니 황당했다. 특히 왕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장서야 할 방송사는 이런 프로그램을 제작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만일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며 고통받고 있는 학생이 이 프로그램을 봤다면 얼마나 상처를 입었겠는가.

일반 시청자로 하여금 '그 아이가 얼마나 바보 같으면 왕따를 당하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기 때문이다.

올바른 가치관은 무시한 채 시청률 올리기에만 급급한 방송제작 태도는 하루빨리 시정해야 할 것이다.

정경옥 <서울 강서구 화곡5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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