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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수사 한발 물러서는 검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검찰이 의료계의 집단 폐업에 강온 양면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 20일 강력한 사법처리 방침을 천명한 서울지검은 21일에도 공정거래위원회.보건복지부에 의사협회 지도부와 업무 개시명령을 어긴 병.의원을 신속하게 고발해 줄 것을 요구했다. 강력한 수사 의지를 보인 셈이다.

한 검찰 간부는 "의료계가 끝까지 타협하지 않으면 검찰은 집단 구속 사태도 불사하겠다" 고 강조했다.

하지만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집단 폐업을 빨리 해결하는 게 급선무인 만큼 업무에 복귀하는 의사들은 처벌하지 않겠다" 고 밝혔다.

검찰이 양면 전략을 구사하는 것은 실제 수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검찰은 경찰을 통해 업무 개시명령을 어긴 병.의원 6천여곳에 대한 1차 조사를 시작했지만 수사 대상이 너무 많아 애를 먹고 있다.

또 이들을 상대로 의약분업에 반대한 집단 폐업인지, 아니면 정당한 사유의 폐업인지를 일일이 가려내야 한다.

더구나 개시명령에 불응한 의사들과 집단사표를 제출한 전공의들이 한꺼번에 경찰·검찰에 소환되면 사실상 병.의원 업무가 중단되는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

서울지검 한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을 적용하기 위해 의사협회 등이 일선 의사들에게 집단 폐업을 종용했는지를 보여주는 물적 증거를 찾고 있지만 아직은 드러난 게 거의 없다" 고 말했다.

또 의료사고 수사와 관련, 과실 여부를 따지기 위해 의사들로 구성된 의료자문위원들의 협조를 받아야 하는데 이들이 자문 요청을 들어줄지 의문이다.

검찰은 이 때문에 여론에 크게 기대하고 있다. 검찰이 의사협회 지도부와 의대 교수.개업의 등을 줄줄이 수사하기 전에 의료계가 여론의 압력에 밀려 집단 폐업을 철회하길 바라고 있는 것이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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