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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콜] '개그 라이브' 여는 심현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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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1998년 6월 서울 대학로의 한 소극장. 두 명의 겁없는 신출내기 개그맨이 44일간 장기 공연을 펼쳤다.

'파우 와우 개그콘서트' 란 타이틀을 내건 이 무대는 이름처럼 뜻 모를 의성어를 속사포처럼 쏘아대며 관중을 웃겼다.

그리고 1년 뒤 무대의 두 주인공 중 한 명은 입대를 했고 다른 한 명은 KBS2의 코미디프로 '개그 콘서트' 에 발탁됐다.

개그맨 데뷔 5년동안 별 눈길을 받지 못했던 이 사나이는 개그콘서트에서 보여준 성대모사에다 현란한 즉흥연기를 추가, 브라운관을 뒤흔들며 순식간에 스타덤에 올랐다.

'사바나 추장' 심현섭(30). 그가 최근 방송활동을 줄이고 다시 무대에 오르겠다고 선언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개그 콘서트' 를 그만두고 KBS2 '이경규.심현섭의 행복남녀' (금 밤9시50분)만 진행하는 한편 7월부터 석달간 전국 순회 '개그 라이브' 를 펼치겠다는 것이다. 첫 무대는 7월 1일 서울 정동이벤트홀(02-589-0931).

"하도 성대를 혹사한 때문인지 목 안쪽에 굳은살이 박혀 휴식을 결심했죠. 그 순간 이걸 계기로 성대모사에 의존해온 개그 패턴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다면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무대가 제일 좋겠다는 판단을 한 거죠. " 이번 무대에서 그는 그동안 보여주지 못한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겠다고 장광설을 늘어놓는다.

'인간 복사기' 란 별명을 안겨주었던 성대모사 대신 무언극에 가까운 퍼포먼스, 진지한 연기로 일관하다가 막판에 화끈한 웃음을 유발하는 정극(正劇)식 콩트 등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다는 것.

과거를 회상하는 노인들을 주인공으로 해서 콩트를 만들어내는 '노인과 진실' 코너, 이몽룡의 성 정체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는 정극풍 콩트 '신 춘향전' , 일본어와 한국어를 합성해 웃음을 선사하는 '야쿠자' 등이 그의 다른 면을 보여줄 메뉴들이다.

그는 자신의 욕망이 '고급스런 개그' 라고 잘라 말한다. "웃기지만 천하지 않고 우아한 여운을 남기는 것. 그래서 다음에는 또 어떤 느낌을 가지게 될까 기대하게 되는 그런 개그를 하고싶습니다. 그래서 동선부터 우아하게 만들려고 틈나는 대로 발레를 배우고 있어요."

결코 고급스런 느낌은 나지않는 이번 공연의 타이틀 '개끼' 는 '개그와 광끼' 의 합성어이자, '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의 무대' 란 뜻이라고. '이번 공연에는 심현섭을 비롯해 성대모사 재주꾼 김준호.박성호.황승환 등 개그맨과 영화배우 조경훈.탤런트 이여랑이 출연한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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