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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건 밀입국 유럽대륙 몸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유럽 각국이 목숨을 걸고 몰려드는 불법 이주자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동유럽과 아프리카.중동에서 '유럽 드림' 을 찾아 밀려드는 불법 이주자들은 유럽에서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다.

18일 영국 도버항에서 중국인 밀입국자 58명이 숨져 이제는 아시아 불법 이주자까지 가세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밀입국은 끊이지 않아 20일에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지방 마하스 인근지역에서 탈진한 북아프리카 알제리인 32명과 모로코인 4명이 4일동안 굶어 탈진한 상태로 트럭을 타고가다 경찰에 적발됐다.

국제이주기구(OIM)는 현재 유럽의 전체 불법 이민자 수가 약 3백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 희생자 속출〓불법 이주자 중에는 유럽 대륙을 밟아보지도 못하고 바다나 국경선에서 죽음을 맞는 경우가 많다.

지난달 4일에는 이탈리아에서 13명의 밀입국자가 타고 있던 보트가 경찰 경비정과 충돌한 뒤 침몰,전원이 익사했다.

지난해에는 크로아티아.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몬테네그로 공화국.알바니아 서부 해안에서 1백70명의 불법 이주자가 이탈리아 동쪽 해안으로 향하다 보트가 침몰해 모두 사망했다.

스페인의 한 인권단체는 올 1~5월 바다에서 목숨을 잃은 불법 이민자 수가 2백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현대판 노예로 전락〓불법 이주자 대부분은 강제 노동과 섹스산업 종사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라프는 아스다.세인즈베리 등 대형 슈퍼체인점들이 불법 이민자를 고용, 현대판 노예취급을 하고 있다고 19일 폭로했다.

이들 슈퍼체인은 불법 이민자들을 장기적으로 공급받아왔으며 하루 1만원 미만의 저임금만 주고 산하 공장 및 농장에서 노동력을 착취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피노 아를라치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사무차장도 19일 "유럽으로 유입되는 불법 노동자를 충당하기 위한 인신매매가 아프리카.카리브 지역은 물론 동유럽과 옛 소련권.아시아 등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고 밝혔다.

국제인권연맹도 매년 20만명의 동유럽 여성이 유럽 섹스산업에 불법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왜 유럽인가〓불법 이주자들이 유럽으로 몰리는 직접적 이유는 관대한 이민정책 때문이다.

유럽 각국은 인구가 급감하면서 이주자들의 망명신청을 대부분 허용하고 있으며, 공공주거시설과 후한 생계비까지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벨기에 등은 지난 4월부터 난민지위 인정심사를 강화했으며, 오스트리아 집권당인 극우파 자유당은 불법 이민자 강제 추방 법안을 만드는 등 유럽국가들도 대책마련에 나섰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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