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앙 시조 백일장 9월] 장원 이태호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연시조 '한탄강, 가을'로 9월 시조백일장 장원에 오른 이태호(50.경남 진주시 주약동.사진)씨는 "새벽에 주로 시조를 쓴다"고 말했다.'군인정신' 때문일까? 이씨는 "새벽 네 시면 눈을 떠 2~3시간 시조를 쓴 후 아침 운동을 한다"고 말했다.'부산한'새벽 시간을 보내고 이씨가 출근하는 곳은 진주시 상대2동 예비군 동대. 이씨는 예비군 중대장이다. 그는 "아침에 부지런 떠는 일이 익숙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새벽에 시상이 잘 떠오른다"고 말했다.

육군 3사관학교 13기로 군(軍)과 인연을 맺어 1976년 소위로 임관한 이씨는 주로 특전사에서 근무하다 90년 소령으로 예편했다. 93년쯤 본지 시조백일장 지면을 접하고 현대시조의 매력에 푹 빠져 독학으로 시조를 쓰기 시작했고, 95년 9월 차하로 입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차하 입상을 끝으로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전혀 시조를 쓰지 못하다가 올해 초부터 다시 손대게 됐다. 역시 독학이다. 마음에 드는 시조집을 구해 열심히 읽고, 베껴 쓰고 시조백일장 심사평, 시조집 해설 등을 꼼꼼하게 읽는다. 10여년 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인터넷 다음 카페 '시하늘'에서 만난 시조 애호가들과 작품을 돌려보기도 하고 시조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는 점이다.

이씨는 "군인의 절제된 생활과 시조의 절제 미학이 일맥 상통하는 것 같다. 시조는 절제된 형식 안에 많은 것을 함축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예비군 중대장 생활도 앞으로 7~8년이면 끝난다. 우선 내년에 방송통신대 국문과에 입학할 예정이고 나중에는 대학원에도 가볼 생각이다. 남은 평생을 시조와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준봉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