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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 말썽꾼 훌리건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훌리건(hooligan)' 은 과격축구팬을 일컫는 일반명사로 사용되고 있지만 어원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Hooley' s gang' 이 와전됐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슬라브어로 동유럽에서 쓰이다가 영국으로 유입됐다는 견해도 있다.

훌리건은 원래 불량배를 일컫는 말이었으나 1960년대 들어 교통.통신수단의 발달로 축구장 폭력이 조직화.과격화되며 현재의 뜻으로 굳어졌다.

70년대에는 극우성향의 스킨헤드족이 가세, 유색인종 선수들을 비난하는 응원가를 부르고 테러를 가하는 등 폭력수위가 점차 높아졌고 사상자도 속출했다.

80년대 들어서는 리버풀.런던의 훌리건을 중심으로 '캐주얼' 이라 불리는 새로운 훌리건 세력이 등장했다.

노동자가 중심이었던 과거의 훌리건과는 달리 이들은 중류층으로 구성돼 유흥가를 중심으로 결집, 축구장 폭력뿐 아니라 마약 등 범죄에도 간여했다.

이들은 소그룹별로 연합을 맺고 휴대폰.인터넷 등으로 연락을 취해 경기장 난동을 계획하는 등 현재 영국 훌리건들은 대부분 캐주얼 성향으로 알려지고 있다.

영국 훌리건들은 85년 5월 벨기에 브뤼셀의 헤이셀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리버풀-유벤투스간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이탈리아팬들과 충돌, 39명 사망.4백50명 부상이라는 참극을 빚기도 했다.

이 사건 이후 유럽축구연맹은 향후 5년간 모든 영국클럽들의 유럽대회 참가를 금지시켜 유럽 정상을 달리던 영국축구는 침체에 빠졌다.

90년대 중반 마이클 오언.데이비드 베컴 등의 등장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영국축구는 훌리건의 난동으로 또다시 나락으로 빠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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