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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프로선수 병역비리 해법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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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지금 일부 프로야구 선수의 병역기피 문제가 일어나 프로야구 팬과 많은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사회의 큰 존재감을 가진 프로야구가 윤리성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개인이건 집단이건 사회의 구성원인 이상 윤리성을 잃으면 존재의 당위성도 잃게 되는 것이다. 열렬한 야구팬인 필자는 오늘날의 프로야구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다.

모든 사람은 스포츠를 좋아하고 더더욱 드라마틱하고 쇼맨십이 있는 프로 스포츠를 즐기면서도 프로 스포츠의 상업성 때문에 윤리적으로 폄하하는 이중성이 있다. 그러기 때문에 프로야구 선수들의 병역기피를 보는 눈이 더욱 단호하고 냉랭하다. 지금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감성의 눈으로 보지 말고 이성의 눈으로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프로 스포츠에 대한 우리의 마음가짐이다.

현대 스포츠에서는 아마와 프로의 구별이 점점 불분명하다. 예전과는 달리 아마도 운동의 대가로 물질의 보상이나 서비스를 받는 세상이다. 아마와 프로를 구별할 것이 아니라 사회.대중을 위한 스포츠라는 시각에서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 대중은 고전적인 눈이 아닌 현대적인 눈으로 프로 스포츠를 다시 볼 때가 온 것 같다. 이 이유는 프로 스포츠의 사회적 기여와 사회적 당위성 때문이다. 이제 프로 스포츠는 현대사회의 우리에게 자아의 한 부분이 돼버린 것이다. 프로 스포츠를 통해 우리는 즐기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삶의 위락을 얻고 나와 남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진다. 이렇게 프로 스포츠는 이미 사회적 기능이나 기여에서 없어서는 안 될 실존의 차원으로 승화, 진화했다. 우리는 단적으로 말하면 좋건 싫건 프로 스포츠 없이는 하루라도 살 수 없는 현대인이 된 것이다. 우리는 이번 일부 프로야구 선수들의 '병풍 문제'를 단죄하면서도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범죄는 어디까지나 선수 개개인의'자기책임'이지만 한편 그들은 '프로 스포츠 메이커'라는 사회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적령기에 입대해 선수 생활이 중단되면 운동 능력이 퇴화돼 뒷날에는 개인적으로는 선수생활이 어렵게 되고 사회적으로는 프로 스포츠 자체가 퇴화하게 된다.

이 현상이 심화.확산하면 우리는 현대사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부분을 잃게 된다.

이번'병풍 문제'는 윤리적.법률적으로 보면 낱낱의 프로야구 선수의 개인문제이지만 기실은 중대한 사회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건강한 선수를 만들어야 건강한 프로 스포츠가 되고, 건강한 프로 스포츠가 있어야 건강한 사회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적령기 선수들에게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병역법을 전향적으로 개정해 병역 면제자.공익근무요원의 자격을 완화하거나 또는 차선의 방법으로 지금은 거의 없어진 군의 '체육부대'를 부활시켜 복무기간 중에 운동을 계속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으면 한다. 이번 사건을 한낱 법률로만 접근해 처리한다면 범법이 등장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선수들의 윤리적 타락, 운동기능 퇴화는 프로 스포츠의 위기를 빚어내고 나아가 우리 사회의 중요한 한쪽을 잃게 되는 부메랑이 될 것이다. 겉으로는 합법적이지만 더 은밀하고 더 부도덕한 방법으로 우리 프로 스포츠는 '죽음에 이르는 병'에 이르고 있다. 지금 이런 예가 있다고 하는데 어떤 구기선수들이 병역을 원천적으로 피하기 위해 고등학교 졸업 전에 프로에 들어가면 최종학력이 중졸이므로 학력 미달로 합법적으로 병역의 현역병 근무를 면제받는 방법이라고 한다.

범법의 결과는 같지만 그 심리적 타락으로 인한 범법 수단은 구제불능의 정신적 파산이 될 수 있다. 많은 국민 중 더더욱 젊은이.어린이에게 즐거움 희망,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봉사하는 스포츠, 더더욱 프로 스포츠는 전달하는 메시지의 질이나 양이 엄청나다. 지금 중요 산업요원에 부여하는 병역의 특전이 프로 스포츠 선수에게 소외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앞으로 정책 입안자와 국민의 공감대로 뭔가 특단의 방안이 강구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유영구 학교법인 명지학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