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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키 키우려고 초경 늦추는 치료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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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강일구 ilgoo@joongang.co.kr

‘남자 1m86㎝, 여자 1m66.7㎝’. 최근 서울의 초·중학생 학부모 400명을 대상으로 부모가 바라는 자녀의 성년 키를 물어본 결과다. 2007년 우리나라 20~24세의 평균 신장이 여자 1m61.9㎝, 남자 1m75㎝임을 고려하면 무려 5~6㎝ 더 큰 키를 원하는 셈이다. 이런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듯 키 큰 자녀를 만들기(?) 위해 비과학적 방법까지 동원하는 부모도 적지 않다. 내 아이의 키를 효과적으로 키우기 위한 방법을 알아본다.

글=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사진=신인섭 기자, 일러스트=강일구

얼마나 더 클지 예측할 수 있어

키는 생김새처럼 체질적인 요소가 강하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병원장 유한익 교수는 “예상되는 성인 키는 부모 키를 더한 뒤 2로 나눈 수치에서 딸은 6.5㎝를 빼고 아들은 6.5㎝를 더하면 된다”고 설명한다.

예컨대 어머니 키가 1m60㎝, 아버지 키가 1m70㎝면 예상되는 키는 딸의 경우 (160+170)/2에서 6.5를 뺀 1m58.5㎝, 아들은 6.5를 더한 1m71.5㎝다. 물론 이는 평균적인 추정치며, 실제 키는 유전자 변이 등에 의해 가감될 수 있다.

손목뼈 사진으로 뼈의 발육 상태와 성장판 닫힌 정도도 확인해야 한다. 현재까지 얼마나 컸고 앞으로 얼마나 클지를 예측하기 위해서다.

스트레스·비만도 키 안 크는 요인

큰 키를 원할 땐 영양 불균형·스트레스·비만·수면 장애·질병 등 성장·발육을 해치는 원인부터 제거해야 한다.

예컨대 단백질과 칼슘이 부족하면 덜 자란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도 코티졸이란 호르몬 분비가 증가해 키 성장을 방해한다.

악몽·몽유병 등은 숙면을 방해해 밤에 성장호르몬 분비를 줄인다.

비만 역시 성장을 해친다. 유 교수는 “비만아는 처음엔 또래보다 키가 큰 듯 보이나 사춘기가 빨리 오도록 부추겨 성장판을 일찍 닫게 만든다”고 말했다. 결국 최종 성인이 된 뒤의 신장을 작게 만든다.

하루 1~2시간은 뛰어놀게 해줘야

체질과 무관하다면 누구나 50㎝ 정도로 태어난 뒤 1년간 25㎝, 이후 두 돌까지 12.5㎝쯤 더 자라는 ‘급성장’을 한다. 이때부터 사춘기 전까진 매년 4~6㎝ 정도씩 서서히 자란다. 예컨대 두 돌 때 87.5㎝인 아이가 12세 때 사춘기가 시작된다고 가정하면 12세 때의 예상 키는 1m30㎝~1m50㎝ 정도다.

따라서 두 돌에서 사춘기 이전 연령까지 1년에 4㎝도 못 자라면 정밀검사를 받아 키가 크지 않는 원인을 찾아야 한다.

일단 사춘기가 시작되면 다시 2~3년에 걸쳐 급성장을 해서 매년 68㎝씩, 많게는 남자 10㎝(7~12㎝), 여자 9㎝(6~11㎝)씩 해마다 키가 큰다.

유 교수는 “성장기 땐 매끼 단백질과 칼슘을 고루 섭취하고, 하루 1~2시간씩 신체활동을 해야 클 만큼 큰다”고 말했다.

성장 호르몬은 꼭 필요한 사람에게만

현재까지 키를 크게 하는 것으로 과학적인 효과가 입증된 것은 성장호르몬뿐이다. 하지만 꼭 필요한 경우에만 치료해야 하며 치료 시기도 성장판이 닫히기 이전이라야 한다.

유 교수는 “성장호르몬 결핍증·터너증후군·누난 증후군·만성신부전 환자, ‘따라잡기 성장(뒤늦게 또래만큼 갑자기 큼)’을 못한 부당 경량아, 예상되는 성인 신장이 남자 160㎝ 미만, 여자 150㎝ 미만인 경우 등이 성장호르몬 치료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부당 경량아란 산모나 태아에 문제가 있어 작게 태어난 아이다. 이 경우 90% 이상은 두 돌까지 ‘따라잡기 성장’을 해 또래만큼 크지만 10%는 작은 아이로 남아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아야 한다.

성장호르몬 치료는 네 돌 이후 시작하며, 성장판이 닫힐 때까지 통상 5~10년간 장기적으로 지속한다.

성조숙증 환자에겐 호르몬 치료 효과

일단 초경이 시작되면 3년간 5~6㎝ 정도 자란 뒤 성장을 멈춘다. 따라서 초경을 늦추는 호르몬 치료(성선자극 호르몬 유사 작용 제품)가 성(性)조숙증 환자에겐 키를 키우는 효과가 있다.

단 이 치료법은 여자 8세, 남자 9세 이전에 사춘기가 시작되는 성조숙증 환자에게만 효과가 있다. 만일 정상적인 아이가 이 치료를 받을 경우 키 성장 효과는 1~2㎝에도 미치지 못하는 반면 골밀도는 감소돼 골다공증 위험만 커진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신충호 교수는 “키를 1㎝라도 키우겠다며 정상적인 아이에게 사춘기를 늦추는 치료를 하는 것은 학계에서 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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