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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남북시대] "납북자·국군포로 왜 빠졌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15일 이산가족 상봉과 미전향 장기수 송환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납북자 가족과 반공단체들은 납북자.국군포로 귀환이 합의문에서 빠진데 대해 섭섭함을 나타냈다.

납북자 가족들은 수십년간 북한에 억류된 가족들의 생사확인.귀환이 이제야 실현될까 기대했는데 납북자 송환이 평양발 남북회담 뉴스에서 들려오지 않자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2월 결성된 '납북가족모임' 은 이날 성명을 통해 "북한은 비전향 장기수의 송환을 남북 공동선언 전문에 포함시킬 정도로 자국민 보호에 성의를 보였는데 우리 정부는 '북의 신경을 건드릴까' 하는 소심증 때문에 문제제기조차 못한 것 같다" 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우리 정부가 향후 실무협상에서 납북자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지 않는다면 서명운동.통일부 항의방문 등에 나서겠다" 고 주장했다.

1987년 백령도 앞 공해상에서 납북된 어부 최종석씨의 딸 최우영(崔祐英)씨는 "14일 밤 발표된 합의문에 납북자 문제가 나오지 않아 억울하다는 생각에 한숨도 잠을 이루지 못했으며 "북한 정치범수용소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아버지가 '살려달라' 고 외치는 것같아 가슴이 찢어진다" 고 눈물을 흘렸다.

崔씨는 또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공항까지 나와 김대중 대통령을 영접하는 것을 보고 이번엔 뭔가 이뤄질 것 같은 생각에 부산에 계신 어머니가 어제 방북신청을 해놓았다" 며 "실무협상에서나마 이 문제가 구체적으로 논의돼 하루 빨리 아버지를 다시 만났으면 한다" 고 말했다.

1978년 8월 전남 홍도에서 납북된 고등학생 최승민씨의 아버지 최준화(崔俊樺.71)씨는 "남북 정상회담이 성공리에 끝나 실낱같은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다" 고 전제하면서도 "지난 20여년간 아들의 송환에 무책임했던 정부의 모습이 이번에도 반복돼 씁쓸하다" 고 말했다.

한편 자유민주민족회의 김용전(金龍全)상임의장은 "'북한은 그동안 비전향 장기수의 송환을 남북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삼을 만큼 송환에 노력했는데 '우리 정부는 목숨을 바쳐 고국을 위해 싸웠던 국군포로를 남북관계의 걸림돌이 될까봐 내팽개쳤다" 고 주장했다.

한국전쟁 이후 납북된 3천7백56명 중에 아직까지 귀환하지 못한 사람은 4백64명이다.

또 한국전쟁 당시 납북된 국군포로는 5만명 이상이며 이중 2백86명이 북에 생존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재식.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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