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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순간 핫머니 움직임을 보여주는 부표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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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호 26면

이달 18일 미국 뉴욕과 런던 금융시장은 미국 재무부 채권(T-bond) 수익률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금융패닉이 진정되면서 올랐던 10년 만기 채권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채권 수익률 하락은 곧 채권값 상승이다. 그날 10년 만기 채권 수익률은 연 3.48%로 마감됐다. 하루 전보다 0.13%포인트 떨어졌다. 올 10월 1일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그리스 사태 탓이다. 신용평가회사 피치에 이어 스탠더드 앤 푸어스(S&P)도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낮췄다. 신용전망도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꿨다. 그리스 사태가 심상치 않음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돈이 보이는 경제 지표 - 美 재무부 채권 수익률

순간 글로벌 시장에 불안감이 커졌다. 뭉칫돈이 ‘수익’에서 ‘안전’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현재 가장 안전한 자산은 달러 표시 자산이다. 그중에도 10년 만기 미 재무부 채권이다. 글로벌 시장 참여자들이 언제든지 사려고 하고 물량도 풍부하다. 즉시 현금화할 수 있다. 시장이 조금만 불안해도 뭉칫돈이 이 채권 쪽으로 이동하는 이유다. 위기나 불안한 순간 핫머니(단기유동자금) 이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 역할을 한다.

경기변동을 앞서 보여주는 지표 구실도 한다. 미국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면 서서히 수익률이 오른다. 미 경제 회복이 예상되면 투자자들이 재무부 채권을 팔고 좀 더 수익이 큰 회사채로 갈아타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 국채 수익률의 움직임을 풀이하는 일은 녹록하지 않다. 미국의 재정상태, 경기변동,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정책 등 무수한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주가만큼이나 해석이 어려운 지표로 꼽힌다. 미 국채 수익률은 국내 국고채 값에도 영향을 준다. 한 분석에 따르면 미 국채 수익률이 0.4%포인트 정도 움직이면 국고채 수익률이 0.1%포인트 정도 오르내린다.

미 국채의 시작은 이른바 ‘해밀턴 프로젝트’였다. 미국 초대 재무장관인 알렉산더 해밀턴의 이름을 딴 프로젝트다. 미 재무부가 찍어낸 채권을 주고 독립전쟁기간 동안 13개 주 정부가 발행한 차용증서(IOU)를 회수하는 프로젝트였다. 19세기 내내 미 재무부 채권은 당시 세계 금융의 중심인 영국 런던에서 독성 폐기물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1차 대전을 계기로 미국이 최대 채권국으로 떠오르면서 자연스럽게 재무부 채권도 귀한 물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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