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콜] '이브의 모든 것' 형철역 장동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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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동건 총각! 절대 영미의 간특한 꼬드김에 넘어가면 안돼요. " "지켜 볼거예요. 꼭 진실한 사랑을 이루기를…. "

요즘 MBC 드라마 '이브의 모든 것' 을 끌고 가는 주역은 채림.김소연, 두 '이브' 가 아니라 '아담' 장동건(30)이다.

드라마의 주시청자인 여성팬들은 큐피드를 연상시키는 그의 잘 생긴 얼굴과 '남자 냄새' 그윽한 연기에 뜨거운 눈길을 보내고 있다.

드라마가 촬영되는 분당 아파트촌이나 서울 주택가 현장에는 밤늦은 시각에도 주부 수십명이 모여들어 장동건을 지켜본다.

장동건이 맡은 '형철' 은 착하지만 굼뜬 진선미(채림)와 야심 많고 영악한 허영미(김소연), 두 여성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백마 탄 왕자역. 상투적이고 밋밋해지기 쉬운 역할을 진실함과 수줍음, 여유로움이 뒤섞인 안정된 연기로 잘 끌어가고 있다.

"원래는 연출자 이진석 PD에게 2년전 '언젠가 감독님 드라마에 출연할게요' 라고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내용도 모른채 맡은 역이었어요. 대본을 읽어봤지만 도무지 역의 성격을 알수 없었죠.

그런데 7회쯤 제가 선미를 토닥여주는 장면에서 돌연 나는 오빠고 선미는 여동생이란 느낌이 일었어요. 그때부터 역을 대하는 자세에 여유가 생기고 자연스런 톤이 나오더군요. "

'오빠' 라는 말이 상징하듯 장동건은 이 드라마를 통해 그동안 그를 규정해온 미소년 이미지를 벗어나 확실한 '남자' 로 올라섰고 인기에 걸맞은 연기력을 가진 탤런트로 인정받고 있다.

이런 성공에는 극악무도한 영미와 바보스런 선미같은 비현실적 인물들로 메워진 드라마 구도에서 거의 유일하게 현실감이 느껴지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는 점도 일조한다.

" '이브의 모든 것' 은 근본적으로 여인들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그들을 지켜보면서 긴장감을 유발하고 승부를 판정해 주는 버팀목 역할이죠. 사실 이런 역이 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될까 고민도 했어요. 그런데 연출자가 극이 종반으로 갈수록 제가 부각되게 돼 있다고 하더군요. 요즘들어 그 의미를 새삼 깨닫게 됩니다. "

장동건은 한때 '외모 콤플렉스' 에 시달린 적이 있다. 잘 생긴 외모 때문에 판에 박힌 역만 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공포심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알랭 들롱의 연기를 보면서 배역의 성격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역할도 자기만의 스타일로 장악하는 능력이 중요함을 알게 됐다고 한다.

"들롱의 영화를 보면서 제게 없는 것을 바라기 전에 가진 것을 아끼고 다듬는 것이 중요하다고 깨달았습니다. 이를테면 부드러움과 우울함이 혼재된 분위기, 한발 뒤로 물러서는 듯한 연기 템포 같은 것이죠. "

실제 생활에서 영미와 선미, 두 여성 중 택일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장동건은 누구로 결정할까. "당연히 고민되겠죠. 마음씨 안좋은 것 뻔히 알면서도 괜히 끌리는 심리가 있잖아요. 그러나 나이가 든 만큼 감성과 이성 사이에서 선택하라면 이제는 이성쪽이 될 것 같아요. " 그도 결혼이 임박한 것일까.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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