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동영상] 고정애기자의 정치 따라잡기(9월 셋째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좋은 연휴가 되시길 바랍니다. 정치 따라잡기를 준비하기 위해 지난 주 신문을 훑어보았습니다. 역시 국가보안법이 최근 여전히 뉴스 중심이더군요.사실 국가보안법이 여야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아마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인 것 같습니다. 이전엔 인권 보호 차원의 논의였습니다. 남과 북의 정상이 만나 보안법과 노동법 얘기를 한 뒤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해선 곤란하지 않느냐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이후 북한 정권에 대한 시각,즉 대화의 상대냐, 안보 위협 세력이냐가 보안법 개폐 논의의 가늠자가 됐습니다.여야간 쟁점도 됐습니다. 물론 한쪽 입장만을 고수하는 측은 없습니다. 상대적으로 여권은 대화의 상대란 점에, 야당인 한나라당은 위협세력이란 점에 주목합니다.이같은 입장차는 지금껏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시엔 보안법 문제가 정치권 전체가 들썩들썩하진 않았습니다. 한나라당이 시끄러웠던 기억이 나는군요. 다수당인데다가 이념 폭이 넓어 보안법을 폐지하자는 쪽부터 고수해야 한다는 쪽까지 다양했습니다. 당시 이회창 총재는 “추후 논의하겠다”며 의원들을 달랬었습니다. 보안법 논의가 다시 점화된 것은 근래입니다.노무현 대통령이 “폐지해야 한다”며 힘을 실어준 게 기름을 부은 격이었습니다. 이후 각계 원로, 종교계 인사들까지 논의의 장에 뛰어들면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열린우리당쪽 사정이 좀더 복잡해보였습니다. 다소 여론에 밀리는 듯했기 때문입니다.이해찬 총리가 “노무현 대통령이 폐지를 주장했지만 실은 폐지가 아니다. 형법 보완이나 대체입법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이는 한나라당의 개정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까지 말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흐름이 바뀌었습니다.“모든 것을 걸고 보안법 폐지를 막겠다”고 했던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보안법 이름이나 정부 참칭 조항을 포기할 수 있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열린우리당은 옳다구나 반색했습니다. 국가보안법 이름의 포기가 사실상 폐지 후 대체입법이란 논리로 연결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박 대표 발언이후 조용하던 한나라당이 시끄러워졌습니다. 소장파가 지지하고, 중도나 보수파가 떨떠름해 하는 모양새입니다.수면아래에선 미묘한 흐름이 있습니다.바로 박 대표의 리더십 문제입니다.민주적 의사 결정 과정을 강조하던 박 대표가 논의를 거치지 않고 입장을 바꾼 듯 보였기 때문입니다. 합의를 끌어내는 과정이 생략됐다는 비판입니다.박 대표측은 입장이 바뀐 게 아니라, 여당을 개정쪽으로 이끌기 위한 것었다고 설명합니다.일부는 박 대표의 전략적 마인드를 문제 삼기도 합니다.협상 테이블에 앉기도 전에 한나라당의 패를 보여줬다는 걱정입니다. 이런 와중 이회창 전 총재도 의원직 사퇴까지 거론하면서 보안법 폐지에 반대했습니다. 어쨌거나 국가보안법은 2004년 정치권을 읽는 풍부한 컨텍스트가 되어가고 있습니다.지혜로운 결실을 맺었으면 좋겠습니다. 고정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