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기 왕위전] 양재호-조훈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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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曺9단 42 착각이 판세 그르친 셈

총 보 (1~132)〓曺9단은 왕위전에서 무려 13번 우승을 차지했다.

1991년 제자 이창호9단과 대결한 결전에서 曺9단은 7번기까지 가는 풀세트 접전에서 세번 이기고 네번 졌다. 이 때문에 타이틀을 잃고 바둑계의 왕좌도 내놓았지만 실력은 막상막하였던 것이다.

그때가 어언 10년 전이다. 하지만 曺9단은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본인은 "무슨 소리냐" 고 눈을 흘기겠지만 이창호9단과의 전적만은 10년 전보다 전혀 못하지 않으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지난해의 춘란배와 올해의 아시아TV바둑선수권.KBS바둑왕 등은 모두 이창호9단을 상대로 따냈으니 말이다.

한국 기사들의 조로(早老)현상은 오랫동안 비판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曺9단만은 다를 것이라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어떤 이는 曺9단이 66세 때 타이틀을 따낸 그의 선생 후지사와 슈코(藤澤秀行)보다 더 오래 활약할 것이라고도 하는데 과연 어떨지 두고볼 일이다.

그러나 曺9단도 변화가 있다. 특히 착각이 많아졌다. 이를 줄일 수 있다면 그는 틀림없이 장수할 것이다.

이 판에서도 두점 잡기가 선수일 것이라 믿었던 49의 착각이 판세를 일찌감치 그르쳤다. 일본의 조치훈9단도 최근 착각이 많아진 것을 보면 역시 세월에는 장사가 없는 것 같다.

이 판의 승자인 梁9단은 올해 37세. 동양증권배에서 우승한 지가 11년 전인데 그 후 더이상 우승컵을 따내지 못했다는 것이 퍽 아쉽다.

재능있고 성실한 梁9단에게 모험정신이 더해진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승부세계에선 모험과 도전만이 조로를 막는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曺9단 2승1패, 梁9단 1승2패. 132수 끝, 백 불계승.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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