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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차 세금혜택 받아 팔린 차 올 34만 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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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올해 팔린 국산자동차 4대 중 1대는 노후차를 교체하며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가 이달 초 발간한 ‘2010년 자동차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노후차 세제 혜택을 받고 판매된 국산 신차는 올해 말까지 34만 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올해 국산차 내수 137만 대(전망치) 중 24.8%를 차지한다. 세제 감면 혜택이 시작된 5월 이후로 환산하면 3대 중 1대꼴이다.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올 초 위축됐던 국내 자동차 시장은 5월부터 판매량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5월의 경우 국산 신차 12만3786대 중 절반이 넘는 6만5000대가 노후차 세제 혜택을 받고 판매됐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추진한 자동차산업 부양책이 노후차 세제 지원으로 더욱 힘을 받은 셈이다. 정부는 자동차산업 활성화 정책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개별소비세를 30% 인하했고, 5월부터는 노후차 교체 후 신차 구입 시 개별소비세·취득세·등록세를 70% 감면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 승용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1t 트럭이 노후차 세제 혜택을 많이 받았다. 대형차의 경우 현대 에쿠스(신형)·제네시스·그랜저와 르노삼성 SM7이 혜택을 받아 지난해에 비해 판매가 19.2% 증가했다. SUV는 신차 효과도 있었지만 세제 혜택 덕분에 지난해보다 31.3% 늘었다. 1t 트럭은 노후 차량의 비중이 크고, 세제 혜택까지 받아 지난해 대비 24.2%나 증가했다. 올 한 해 7만 대가 팔릴 것으로 예상되는 수입차의 경우 약 5000대가 노후차 세제 혜택을 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소형차 등 친환경차에 한해서만 혜택을 준 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비싸고 연비가 나쁜 대형차 위주로 혜택이 많이 돌아갔다는 지적도 받았다. 쌍용차는 대형차와 SUV가 주력 차종임에도 불구하고 노조의 77일간 공장 불법 점거 파업 탓으로 혜택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다.

강철구 자동차공업협회 이사는 “노후차 세제 혜택으로 올해 앞당겨 차를 구매해 내년 초 내수 판매가 위축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며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소비 심리가 살아나 내년에도 2% 정도 국산차 판매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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