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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컨설팅] 증시자금 왜 부동산으로 안 돌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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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5면

증권시장에 떠돌고 있는 투자 자금은 언제쯤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까. 요즘의 증시 상황을 보면 조만간 돈이 부동산으로 몰릴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경기가 좋아지고 부동산 값도 오르지 않나. 김은영 <서울 도곡동>

요즘 증시도 부동산 경기도 다 안좋다. 특히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개발 관련 규제 강화 방안 발표로 심하게 얼어 붙었다. 환금성이 좋다는 아파트도 거래가 안되고 일부는 값이 내리는 분위기다. 전원주택지 등 토지시장은 더욱 위축돼 냉기가 가득하다.

그렇다면 언제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까. 결론부터 말하면 가을철 성수기가 돼야 거래가 좀 살아날 것 같다. 외환위기 이후 불안하기만 하던 시장 분위기가 점차 정상을 되찾으면서 비수기엔 소강 분위기를 보이다가 성수기엔 강세로 돌아서는 시장 상황을 나타내고 있다.

그래서 가을철이 돼야 이사가는 사람이 생기고 이에 따라 거래도 활발해지면서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값도 오르는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고 가격 폭등과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수도권 준농림지 건축규제와 서울의 용적률 강화 등에 따라 주택 공급이 대량 감소하면 기존 주택값이 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그렇게 우려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왜냐 하면 주택 보급률이 많이 높아진데다 소득감소.다양한 투자 상품 등장 등에 따라 부동산 시장의 수요가 예전같지 않기 때문이다. 집 살 사람이 많지 않아 30여만 가구만 건설해도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증시에 남아있는 투자 자금이 부동산으로 언제쯤 옮겨 오는냐는 점이다.

대개 증시가 활황을 보이면 6개월이나 1년 후 증시 자금이 부동산 쪽으로 흘러드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었다. 증시에서 한몫 잡은 돈을 분산투자 차원에서 일부 부동산에 묻어두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우선 금융시장 내에서도 분산 투자가 가능할 정도로 다양한 상품이 많아 굳이 부동산을 찾지 않아도 된다. 거래소 시장이 위험하면 선물시장이나 코스닥.제3시장 등을 통해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전자 상거래나 인터넷 시장 발전 등도 부동산 수요를 감소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얼마든지 각종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어 그만큼 부동산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부동산 구입에 따른 무거운 세금부담도 증시자금의 유입을 막는데 한몫하고 있다.

주식시장은 수수료가 없는 사이버 트레이딩이 늘고 있는 반면 부동산은 일부 비과세 대상을 제외하고 취득세 및 등록세만 거래액의 5.8%를 지불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세금에다 금융비용.중개 수수료 등을 감안할 때 연간 10% 이상 값이 올라야 투자가치가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투자 분위기가 개선되지 않는 한 대규모 증시자금의 유입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최영진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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