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정상회담에 띄운다] 한반도 '환경 대원칙' 세우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지난 5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환경의 날 28주년 기념일이었다. 이 날을 제정한 28년 전 스웨덴 스톡홀름의 유엔 인간환경회의가 내건 슬로건은 '하나뿐인 지구' 였다.

우주선 지구호는 환경이라는 점에서 보면 하나의 공동운명체일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전제돼 있는 것이다.

분단상황에 놓인 남북한의 경우 '하나뿐' 이라는 말이 주는 울림은 더욱 크다. 지구조차 하나의 운명인데, 한반도에서 공생하는 남북이 어찌 이데올로기의 차이로 분리될 수 있겠는가. 남북은 하나의 공동운명체며 특별히 하나의 환경공동체일 수밖에 없다.

분단 55년, 사람은 오가지 못했지만 생태계의 다른 식구들은 모두 남북을 오르내렸다. 꽃은 씨를 날리고 새는 날아 조류전문가가 된 아들의 소식을 역시 조류전문가인 북의 아버지에게 전해주었으며 군사분계선 안의 노루들도 남북으로 뛰놀았다.

이제 우리를 갈라놓은 이데올로기의 분계선을 넘어 남북이 상호 환경과 생태를 위한 활동을 펼칠 계기가 마련된다.

분단 후 남(南)은 산업화로 각종 환경파괴와 오염에 시달렸다. 북(北)도 산림을 다 밀어버린 산지계단농법을 추진해 오히려 식량문제를 가속화하고 생산에 주력해 환경오염을 등한시하는 등 환경문제로 곤란을 겪어 왔다.

정상회담은 이러한 남북 환경문제를 놓고 해결의 실마리를 푸는 기회가 돼야 한다. 통일한국의 환경은 남북이 갈린 현재보다 더욱 나은 것이 돼야 하고 그러려면 지금 남과 북이 한반도 생태계를 보전하고 환경지수를 높일 방도를 함께 연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적으로 남북이 함께 피해를 보는 중국의 오염물질로 인한 한반도의 피해상황을 확인하고 대처하는 등 월경오염에 관한 프로그램을 함께 연구.조사하고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통일 후 한반도의 주인공이 될 남북 어린이들을 위한 환경교육 프로그램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환경운동연합은 특별히 1997년 대만 핵폐기물의 북한 반입문제와 관련, 강력한 반대운동을 펼친 바 있다.

그때 우리는 핵폐기물은 막아야 하지만 그 때문에 굶주리고 있는 북한 어린이들이 더 배를 곯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고민했다. 유엔아동기금(UNICEF)과 북한 어린이돕기 후원행사를 열어 비록 적은 액수지만 2만달러를 모금해 보낸 것도 그런 안타까움에서였다.

정상회담은 환경문제로 야기될 수 있는 이러한 가슴아픈 일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협의해야 한다. 당대의 이익이 아니라 미래세대의 이익을 위해 남북이 함께 한반도의 환경보전을 위한 개발의 제한, 반(反)환경행위의 금지에 관한 대원칙을 천명하고 합의해야 한다.

최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