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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바둑 기량 얼마나 될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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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올해 북한바둑은 더 늘었을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베일에 싸인 북한바둑의 실체를 가늠해보는 유일한 창구는 매년 이때쯤 열리는 세계아마선수권대회. 이 대회가 오는 15일 일본의 센다이(仙臺)시에서 열린다.

북한의 대표선수는 박호길 아마5단. 지금까지 들어왔던 강자들이 아닌 새얼굴인데다 나이도 16세로 어려서 이런 인물이 선발전에서 우승할 정도라면 전체적인 수준이 향상됐으리란 짐작을 하게 한다.

북한 현대바둑의 역사는 짧다. 1989년 국가체육연합회 산하에 조선바둑협회를 창설하고 청춘거리에 대국장을 만든 것이 공식적인 첫 출발이다.

장기는 오래전부터 장려했으면서도 바둑은 왕후장상과 사대부들의 놀이라 하여 공식적으로는 인정하지 않던 북한이 중국의 예를 따라 바둑을 '스포츠' 로 받아들인 것이다.

92년 북한은 13세의 소년 문영삼을 대표선수로 하여 사상 처음으로 세계아마바둑대회에 참가한다.

이 해에 소테츠배 세계여자아마바둑대회서 한국의 윤영선(현재 프로2단)과 당시 8세였던 북한의 최은아가 첫 남북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남북의 실력차이는 컸지만 최은아는 그래도 이 대회서 8위를 했다. 최근엔 조새별(18)이란 여성강자가 나타나 남성기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북한은 92년에 평양만경대 학생소년궁전 바둑체육단 소속의 소년들을 중국으로 바둑유학을 보내는등 본격적으로 바둑을 육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올해 출전권을 획득한 박호길5단도 함흥에서 살다가 평양의 학생소년궁전에 뽑혀간 케이스.

북한은 문영삼 아마7단이 92년 세계대회서 15위를 하더니 이듬해 6위를 했고 96년 대회에선 중국 유학생 출신의 최명선 아마7단(당시 17세)이 대표로 나와 7위를 했다. 이 대회서 남북대결이 벌어져 역시 한국이 승리했다.

다시 대표로 복귀한 문영삼은 97년도 대회서 중국 일본에 이어 당당 3위를 차지하여 북한 바둑의 비약적인 발전을 실감케했다. 이때 한국은 7위에 머물러 바둑에서 북한에 뒤지는 최초의 기록을 남겼다. 북한은 리봉일 7단이란 새얼굴이 99년에 다시 3위에 입상했다.

북한에 프로는 아직 없다. 딱 한사람, 일본 간사이(關西)기원에서 프로생활을 하던 허광3단이 북송선을 타고 북한에 간 일은 있으나 이미 40년전의 일이고 허광이 그 후 어찌되었는지는 아는 사람이 없다.

북한은 매년 2월 백두산상 바둑대회를 열어 대표를 선발해왔다. 기보나 전적으로 분석할 때 북한바둑의 최고수준은 우리의 아마강자 수준이다.

다만 북한의 바둑프로그램 '은별' 은 지난해 세계컴퓨터 바둑대회서 우승컵을 획득했다.

중국과 유럽등 컴퓨터바둑 강자들을 모두 제치고 신참 북한이 우승한 것은 진정 놀라운 일이었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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