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높아져 투신권서 자금이탈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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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채권 시가(時價)평가제 시행(오는 7월 1일)이 24일 앞으로 다가왔다.

금융당국은 시가평가제 도입으로 투신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더라도 새로 허용된 투신의 각종 신상품으로 자금이 환류돼 충격을 흡수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는 금리가 일시적으로 뛰고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

◇ 시가평가제, 무엇이 달라지나〓지금까지는 투신 펀드에서 채권을 샀을 때 채권수익률이 올라가 채권 가격이 떨어져도 그 손실은 투신이 떠안고 고객에게는 처음 약속한 수익률을 보장해줬다.

그러나 시가평가제가 적용되면 채권수익률 상승으로 인한 손실을 고객이 안아야 한다. 바꿔 말하면 투신의 공사채형 수익증권은 그동안 원금은 손해보지 않는 상품이었지만 앞으론 주식형처럼 채권수익률이 뛰면 원금을 까먹을 수 있는 '위험한'상품이 된다는 것이다.

증권업계가 걱정하는 것이 바로 이 점이다. 지금까지 은행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 줬던 상품이 원금을 까먹을 수 있는 상품으로 바뀔 경우 돈이 대거 빠져나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 시가평가 대상은 얼마나 되나〓5월 말 현재 공사채형은 36조원, 주식형은 8조원 정도를 아직 장부가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다음달부터 이 펀드가 한꺼번에 시가평가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 기존 펀드는 만기가 돼 찾아갈 때까지 장부가 평가가 그대로 적용된다. 다만 이 펀드에 추가로 돈을 넣는 것은 금지된다. 문제는 장부가 공사채형 펀드 가운데 18조원 안팎이 다음달 1일 이전에 만기가 된다는 점이다.

일단 만기가 돼 돈을 찾아가면 새로 돈을 맡길 때는 시가평가가 적용되기 때문에 이 돈이 다시 투신으로 환류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 정부와 투신의 대비책은〓정부도 이 점을 우려, 투신사에 1인당 2천만원 한도 안에서 한시적으로 비과세 수익증권을 팔 수 있도록 했다.

기존 하이일드 펀드에 공모주 배정을 늘린 뉴하이일드펀드를 허용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여기에다 7월 초순까지 일정 범위 안에서 환매가 가능한 준개방형 뮤추얼펀드도 허용해 줄 방침이다.

금융감독원 박광철 자산운용감독과장은 "7월 이전에 만기가 돼 환매해 가는 자금은 다시 투신 신상품으로 환류할 것으로 본다" 고 설명했다.

◇ 예상되는 문제는〓신상품이 빠져나가는 자금을 얼마나 흡수할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경기과열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릴 경우 세금혜택분보다 금리 상승으로 인한 손실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론 시가평가가 되기 위해선 시가 대로 채권을 사고 팔 수 있는 시장이 활성화돼야 하는데 현재 국내 여건은 그렇지 못하다.

고객이 환매를 원할 경우 투신이 채권을 시가로 떠안고, 수익률이 올라가 손실이 나면 투신이 물어내는 악순환이 그대로 재현될 것이란 지적도 많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은 "현재로선 시가를 협회가 제시할 수밖에 없지만 이는 누구도 책임질 수 없는 가격" 이라며 "상당기간 협회가 제시하는 시가와 실거래 가격간 괴리가 불가피할 전망" 이라고 말했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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