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형제' 갈등 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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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현대그룹의 형제 회장간 내분이 재연하는 조짐을 보이자 현대를 보는 시장의 반응이 다시 '유보적' 으로 바뀌고 있다.

또 외환은행은 현대측과 곧 새 재무개선 약정을 체결할 예정이지만 3부자의 퇴진으로 약정서에 서명할 책임자가 마땅치 않아 고민하는 등 현대그룹의 경영공백도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1일 현대 계열사 주가가 전반적으로 약세로 돌아섰으며, 현대의 회사채를 취급하는 일부 증권사들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일부 중견 그룹들의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종금은 지난달 31일 하나은행에서 긴급자금 8백50억원을 지원받아 유동성 위기를 넘겼다.

정몽헌(鄭夢憲) 현대 회장은 1일 현대아산을 제외한 모든 계열사 이사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대.기아자동차는 이날 이사회를 열어 정몽구(鄭夢九)회장의 대표이사 회장직을 계속 유지하기로 결의했다.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이 지난달 31일 3부자 동반 퇴진을 선언한 데 대해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정몽헌 회장은 이날 오전 이영일 현대그룹 PR사업본부장을 통해 친필 서명이 담긴 사직서를 공개하며 "남북경협 관련 사업에만 전념하기 위해 현대아산 이사직만 유지한다" 고 발표했다.

이에 맞서 현대자동차 최한영 상무는 "우리는 현대구조조정위원회가 발표한 정몽구 회장의 퇴진이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아 법적 효력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고 말했다.

자동차측은 한걸음 더 나아가 이달말로 예정했던 계열분리 신청을 앞당겨 다음 주에 공정거래위원회에 내기로 했다.

이같이 형제간 갈등이 다시 표면화하자 1일 상장된 현대계열사 24개 종목 가운데 현대전자.증권.엘리베이터 등 5개를 제외한 19개 종목의 주가가 떨어졌다.

동양증권 채권팀 관계자는 "현대 회사채 등은 일단 만기가 되면 상환받을 예정이며 추후 현대의 유동성 상황을 지켜보겠다" 고 말했다.

외국 금융기관인 메릴린치도 내부 보고서를 통해 "현대 사태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완전히 회복되고 자금흐름이 정상화되려면 1~2개월은 걸릴 것" 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원화의 대미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60원 오른 1천1백32원으로 마감됐다.

이용택.김시래.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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